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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아빠 Jul 17. 202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상한 우영우!

이상과 현실

9년 전 일이다.

우리 회사에 자폐 스펙트럼 증세의 청년이 기간제 근로자로 입사했다.

도서관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사서 자격증 외에 다양한 자격증을 소지한 신입사원이었다.


점심식사 시간에 구내식당에서 혼자 식사 중인 그를 발견했다.

자기 팀원들과 멀리 떨어진 자리에 혼자 말이다.


아직 직원들과 서먹한가?

흠... 담당 공무원 선생님들이

관심을 가져줘야 할 것 같은데...


당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채용담당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르지만 당시에는 기관 별로 장애인을 일정 비율 채용해야 했다.

의무 비율 달성을 못하면 성가신 여러 자료를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11월 초에 내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담당 공무원 선생님이 그 청년의 계약 연장을 못하겠다고 곧 그 청년에게도 안내할 테니

내게는 신규 채용을 준비해달라는 말을 하셨다.



(나) 샘, 알겠습니다.

그런데 장애인 채용으로 진행될 거예요.

그리고... 새로 장애인 뽑는 것보다는 그 친구에게 적합한 일을 주는 방법은 없을까요?


고민은 해봤는데...

열람실 근무로 채용된 친구라

열람증 발급 등 데스크 업무를 주기도 그렇고...


(나) 현재 그 친구 업무인 열람실 도서 정리 및 분류에 문제가 있나요?


나름 육체노동이라 팀워크가 중요한데

협력이 잘 안 되나 봐.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함께 못하겠는데 어쩌겠어.


(나)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동료에게 물어보고 그 청년이

왕따가 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청년은 자기만의 도서 정리 및 분류 방법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었고

때때로 일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할 때

(예를 들어 새로운 책이 입고되어 정리보다 분류에 집중할 때)

그 친구로 인해 일이 더디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 청년이 퇴사한 후에 슬픈 일이 있었다.

그 청년은 신규채용에 다시 응시를 했고

면접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 이후에는 자원봉사로 계속 도서관에 출근을 했다.

점심식사 시간이 되면

자기에게 퇴사 통보를 한 담당 공무원에게

90도 각도로 인사를 했다.


업무처리로 늦은 점심을 먹게 된 날이 있었다.

식당에서 혼자 식사 중인 청년을 보고 그 앞에 앉았다.


(나) 저 기억해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ㅇㅇㅇ입니다.

(내게도 90도로 인사를 했다.)


(나)네, 반가워요. 집이 대전 동구죠?

세종시까지 매일 오려면 힘들 것 같은데요.


괜찮습니다. 저의 어머니께서 인사를 잘 안 해서 회사에서 나가라고 한 것 같다고...

앞으로는 인사를 더 잘하겠습니다.


(나)... 지금 어머니께서 매일 출근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네, 그런데 저도 즐거워요!


그날 오후부터 계속 마음이 쓰라린 기분이었다.

나 또한 시각장애로 초등학생 시절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학교에 안 가겠다고 울던 나를

회초리로 때리며 눈물 흘리 시던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청년의 어머니도 내 어머니와 같은 얼굴일 것이라 생각했다.


당시 함께 일하던 기간제 근로자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당시 정부 기조도 작은 정부였고

신설 기관 인력 채용은 최소화되었다.

이런 연유로 도서관 자료실 및 열람실 근무가

1팀의 업무가 되었고 누군가의 사정을 봐줄 여유를 갖기 어려웠다.

(행정직 공무원도 저녁 열람실 및 주말 데스크 업무를 지원했었다.)


직장 그리고 사회에 여유가 없게 되면

자폐 스펙트럼을 갖은 사람들은

사회적 직함을 갖기 어렵다.


그냥 이상한 우영우인체로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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