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필수 노하우
(나) 선생님, 지금 차 한잔 가능하세요?
다음 주부터 다른 기관으로 가게 돼서요.
(선생님) 아! 축하해요. 지금 봅시다.
차 한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선생님은
우리 기관의 운전직 공무원이다.
본청과 내가 근무했던 기관은 약 7km 정도이다.
(걸어서 가기에 애매한 거리이다.)
본청 간부회의에 때때로 우리 부서장이
참석해야 할 때는
선생님께서 관용차로 본청까지 데려다주셨다.
(업무분장으로 공식화된 업무는 아니고
비공식적으로 오랫동안 그분이 도와주신 것이었다.)
문제는 본청 간부회의에 우리 부서장 참석 여부가
당일 아침에 정해진다는 것이다.
내 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받는 중에
이런 말을 듣고 걱정이 들었다.
'본청에서 복귀는 누가 지원하지?
끝날 때까지 대기해야 하나...'
'만일 운전직 선생님이 출장이나 휴가면 어떻게 하지?'
확실하게 정리해야 내 마음이 편하지 싶었다.
그래서 그분을 만나 뵙고 제안을 드렸다.
'(나) 선생님, 저는 도연아빠라고 합니다.
매주 월요일 간부회의에 부서장이 참석하게 되면
선생님께서 차량지원을 해주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제가 출장이나 휴가가 있을 때는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나)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진행했었나요?'
'주무관님 전임자는 부서장에게 제가 출장 중이니
차량지원이 불가능하다고만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 선생님, 제안을 드려도 될까요?
선생님 출장이나 휴가로 자리 비우실 때
부서장 차량 지원은 제가 할게요.
저에게 배차 신청과 관용차 사용 후
반납 절차를 알려주시면 어떨까요?'
'좋습니다.'
이렇게 이 분과 약 1년 간 업무를 처리했다.
'(나) 깐깐한 부서장이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문제없이 지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도연아빠 덕에 편하게 지냈어요.
도연아빠 전임자 들은 출장지원이 필요한 당일에 연락을 주니 난감했어요.
내가 차량지원을 못하면 부서장이 안 좋게 보는 건 아닐까 걱정되고 말이야.'
'(나) 제가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할 때 선생님과 처리한 방식을 이야기해도 될까요?
기관장도 아니고 부서장에 대한 차량지원이 선생님의 업무는 아니라서 말하지 못했어요.'
'꼭 말해주세요. 그런 때에 내가 지원해 온 것은
우리 직원들 다 아는 것이고
나도 담당 주무관에게
나 대신 관용차 사용해라 말하기 난감했거든요.
도연아빠가 제안해 줄 때 많이 고마웠어요.'
'(나) 아휴... 별말씀을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
내 마음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제안한 것에
그분도 마음이 편하셨다니 신기했다.
또 인수인계에서 이런 말을 들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의 인수인계가 순조롭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년을 함께 근무해 보니 우리는 업무에 있어서
불확실한 상황을 방치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인수자 및 인계자
둘 중 한 명이 업무에 무관심한 사람이면
인수인계는 무의미하다.
중요하다고 상세히 이야기해도
전화로 다시 문의가 오고
나중에 주변에서 전임자가 인수인계를
엉망으로 해서 고생했다는 말도 듣게 된다.
반대로
관련된 현안이 많고 복잡해서 방향만 이야기하고
신규 민원 발생 시 연락하라고 인수인계를 해도
질문 없이 잘 처리해 가는 직원들도 있었다.
인수인계는 점집에서 운세를 점치는 것처럼
그 완결 여부를 알 수 없다.
후임자의 역량에 달려있기 때문에 그렇다.
(전임자 역량이 개떡 같아도 후임자가 훌륭하면 찰떡이 되는 사례도 본 적이 있다)
인수인계 시작 전에 먼저 후임자에 대한 기대치를 파악하자.
기대치란 후임자가 업무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의미한다.
기대치가 낮은 사람이라면
가능한 문서화 해서 넘겨주는 것이 좋다.
모든 문제를 전임자의 잘못으로 돌리는 상황을 대비해서 말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