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교류의 장소 - 베뉴
베뉴의 정의
베뉴(Venue)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집회시설 또는 공연, 스포츠 경기, 회담 등 행사가 열리는 장소라고 풀이되어 있다. 요즘 들어 유행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라는 의미와도 유사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베뉴는 스페이스(Space)라는 공간적 개념보다는 오히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목적지(Destination)로서의 장소적 성격이 더 강하다. 그래서 베뉴는 구체적 목적을 가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뜻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베뉴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장소적 개념이라면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모이는 것일까? 인간(人間)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서로 의지하며 산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듯이, 전 인류의 삶은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기술이 만나 문명이 이루어졌고 그 문명이 발전하여 오늘날의 현재를 일구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뉴는 지금 살고 있는 현재뿐 아니라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이전 시간과 또 내가 살아갈, 혹은 내 삶 이후의 미래 모습까지도 보여줄 수 있는 장소여야만 한다. 결국 인간은 과거를 통해 삶을 반추하며 미래를 내다볼 지평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뉴라는 장소는 아래처럼 다시 풀어 볼 수 있다.
베뉴란 인간이 어떻게 살았고, 살며, 살 것인지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이다.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굳이 베뉴를 공간이 아니라 장소라고 한 이유는 목적지로의 개념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그저 스치다 머무는 곳이 아니라 처음부터 일부러 다가가는 개념이기 때문에, 베뉴에서는 어떤 것이든 의도적 경험을 하게 된다. 즉, 목적지로서 경험 또는 체험을 위한 장소가 베뉴라 볼 수 있으며 이것은 과거로부터 현재를 지나 미래로까지 연결되는 경험적 장소이다.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베뉴는 무엇일까? 수많은 장소들이 있겠지만 가장 상징적이고 유명한 장소는 아무래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콜로세움이 아닐까 싶다. 콜로세움은 AD 70년경 로마 제국 시대에 만들어진 원형 경기장이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검투사들이 전투하는 곳이 바로 이 콜로세움이다. 이 콜로세움은 현재도 각종 클래식 공연이나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곳으로, 또 로마를 대표하는 유명 관광지로 탈바꿈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베뉴들이 있었다. 경주에 가면 지금은 그 터만 남아있지만 신라 시대 황룡사지터에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던 강당지와 회랑 등 다양한 장소들이 모여 있었고, 다시 시대를 뛰어넘어 조선시대에는 지금도 위용을 자랑하는 광화문 등 고궁들이 그 베뉴로서 기능을 하여 왔다.
베뉴의 종류
베뉴가 인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나는 장소라고 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베뉴들이 있을까?
첫째로 인간이 어떻게 살았는지, 과거를 보여주는 장소는 박물관, 미술관이다. '기억'이란 테마로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곳을 우리는 박물관 또는 미술관이라고 한다.
두 번째로 인간이 현재를 사는 장소에는 경기장, 공연장, 쇼핑몰, 테마파크와 같은 시설이 있다. 예술과 스포츠, 쇼핑,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며 도심의 오아시스라고도 하는 이런 시설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세 번째로, 인간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실체로 보여주는 장소가 있다. 바로 미래의 신기술이나 제품, 서비스를 전시하는 컨벤션센터이다. 컨벤션센터와 무역전시장은 산업전시와 컨벤션, 이벤트 등의 MICE 행사를 통해 미래의 모습을 한걸음 먼저 제시하는 베뉴이다.
이처럼 베뉴들은 인간의 삶의 궤적을 따라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모두 인간에게 경험과 체험을 통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이런 다양한 베뉴들을 이해하는 것은 베뉴의 마케팅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모든 베뉴들은 그 이름만 다를 뿐 실제 기능과 운영 방식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결국 베뉴란 인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을 경험하고 체험하기 위해 방문하는 박물관이나 공연장, 경기장, 그리고 컨벤션 센터 등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