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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Nov 23. 2018

모든 베뉴는 방문객의 여가시간을 두고 경쟁한다.

어떤 베뉴가 승리하는가?

모든 공간은 고객의 여가시간(Leisure Time)을 두고 경쟁한다.
- 필립 코틀러 -

우리는 보통 필립 코틀러를 과거 경영학 교과서의 단골인 4P 마케팅의 창시자 정도로 알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켓 4.0'을 통한 초연결 시대의 마케팅 경로를 전파 중인 현역이다. 뿐만 아니라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컨벤션센터를 넘나드는 예술과 문화, 마이스 베뉴 마케팅에 관한 'Museum Marketing' 이란 책까지 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왜 그가 마케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든 베뉴는 고객의 여가시간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


필립 코틀러는 그의 저서 '뮤지엄 마케팅(Museum Marketing)'에서 모든 공간은 고객의 여가시간(Leisure Time)을 두고 경쟁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공간은 구체적으로 경기장,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쇼핑몰, 컨벤션센터와 같은 베뉴를 의미한다. 이러한 베뉴들은 모두 저마다의 고유한 목적을 위해 설립되었지만 결국엔 하나의 타깃, 즉 고객의 여가시간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우리는 어떻게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치가 있을까?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가장 가치 있는 여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대게 시간과 비용, 움직인 에너지에 대비해서 감성적이거나 실용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곳에 투자할 때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정된 여가나 여유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해 여러 콘텐츠를 비교한 후 미술관에 갈지, 쇼핑몰에 갈지, 또는 공연장이나 컨벤션센터를 방문할지 결정하게 된다.

고객은 자기의 여가시간을 어디서 보내는 것이 가장 '가치'가 있는지를 놓고 방문할 베뉴를 결정한다.


복합 문화공간이 뜰 수밖에 없는 이유


이렇게 한정된 여가시간을 알차게 보내려다 보니, 어딘가를 방문하는 방문객들은 한 곳에서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기를 원하게 된다. 만약 서점에 들렀다가 쇼핑을 하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고, 또 미술 전시를 보기 위해 다시 다른 곳으로 움직여야 한다면, 가뜩이나 막히는 도로 사정을 가정하면 실제로 한 공간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가치없이 시간을 낭비한 셈이 된다. 그리하여 어떤 베뉴건 한 공간안에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한 복합 문화공간이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심지어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이란 화두로 복합문화공간이 트렌드의 한 축임을 주장한다.


이런 트렌드를 입증하는 사례는 매우 많지만, 롯데월드타워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곳은 여타 쇼핑몰들이 일반적으로 포함하는 마트, 백화점, 면세점, 극장, 키즈파크 이외에도 미술관과 클래식 공연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콘서트홀까지 포함하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의 수준을 한단계 더 끌어올린 셈이다. 뿐만 아니라 2019년 개장하는 수원컨벤션센터나 2021년 영종도에 들어설 인스파이어 리조트도 모두 컨벤션센터와 쇼핑센터, 호텔, 위락시설들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 문화시설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롯데월드타워 입면도-한 곳에 미술관, 공연장, 백화점, 쇼핑몰, 마트 등이 밀집해 있다.
수원컨벤션센터 건축 개요 - 전시장, 쇼핑몰, 호텔, 아쿠아리움이 함께 건립된다.
영종도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조감도 - 컨벤션센터, 공연장, 쇼핑몰, 호텔, 카지노가 집적되어 동시에 개장할 예정이다.

이렇듯 복합 문화공간이 점차 대세가 되어가는 이유는 도시가 고밀도화 되어가는 이유와 비슷하다. 사람들이 도시를 선호하는 이유 역시도 가까운 거리 안에 생활편의시설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이나 문화 쇼핑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도시일수록 고밀도화 되어가는 것은 어쩌면 모두가 자기의 한정된 여유 시간을 가치 있게 쓰고 싶은 욕구와도 맞물려 있을 것이다.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베뉴가 승리할 것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고객의 여가시간을 차지하기 위한 베뉴 간의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킨텍스에서는 아트페어가 열리고, 디뮤지엄에서는 한복패션쇼와 국악파티가 개최된다. 덕수궁과 국립박물관은 국제회의의 만찬이나 연회장소로 쓰이며 잠실 경기장은 스포츠가 아니라 수퍼 콘서트의 주무대가 된지 오래다. 모든 베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사람들의 여가시간을 붙잡기 위한 콘텐츠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복합적인 시설의 집적을 통해 고객들의 여가시간을 한 곳에서 쓰게 하는 것이 경쟁 전략의 축이 되었다면, 이제는 방문한 고객이 보다 오래 머물도록 체류시간을 늘리는 전략이 또 다른 한 축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방문객의 숫자를 늘리기보다, 방문한 고객의 체류시간이 늘어나야만 소비 지출하는 액수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시회의 바이어이건, 베뉴의 방문객이건, 또는 도시를 관광하러 온 관광객이건 간에 결국은 그들이 오래 머무를 수 있게 해야만 그 안에서 계약이나 소비지출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베뉴들은 어떻게 하면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집적시설의 확대뿐 아니라, 그 안에 어떤 콘텐츠를 담을 것인지, 또 어떤 모멘텀으로 고객의 시선을 끌 것인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미래의 베뉴가 승리하기 위한 조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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