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위한 전시 마케팅 노하우
'여행의 발명' - 처음 이 전시회의 부제를 보고 잘못 쓴 게 아닐까 싶었다. 여행은 인간이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행한 태곳적 산물인데, 이걸 루이비통이 발명했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혹시 '여행의 새로운 발견'을 잘못 쓴 게 아닐까?
하지만 전시회를 쭉 돌아보면서 그 말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루이비통은 트렁크라는 근대적 '여행가방'을 최초로 만든 사람이었다. 여행을 위한 가방을 현대적으로 브랜드화한 인물로서, '여행의 발명'이란 전시의 제목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루이비통의 전시회를 둘러보기에 앞서, 우리는 기업이 왜 전시회를 만드는지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빨리 전시회의 매력적인 사진들을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먼저 기업의 마케팅 관점에서 전시회를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이해하고 시작하자. 한결 루이비통 전시회가 머릿속에 쉽게 들어올 것이다.
기업전시회는 일반 산업전시회와 어떻게 다른가?
본 '중소기업의 마케팅 노하우' 매거진 제 1 글에서 기업전시회가 일반 산업 전시회와 어떻게 다른지 요약한 바 있다. 다시 보기: https://brunch.co.kr/@shurat0/2
다시 기억을 떠올려본다.
기업전시회는 우선 타깃이 현재의 우리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다. 즉 기업전시회의 가장 큰 목적은 현재 우리 제품을 사주는 고객을 좀 더 충성스러운 고객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전시회의 주제를 포함한 기획, 운영, 비용을 기업이 책임진다.
요약하자면 일반 산업전시회가 미래의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전시주최자에 의해 기획과 홍보가 이루어지는데 반해, 기업전시회는 고객을 좀 더 충성스러운 고객으로 만들고자 하는 브랜딩의 목표로, 마케팅 차원에서 굉장히 적극적인 의도로 기획된 이벤트인 것이다.
간단하지만, 우리는 기업전시회가 무엇인지 이해했다. 다시 루이비통 전시장으로 들어가 보자.
이 전시회는 한국에 헌정하는 공간을 포함하여 총 10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다. 전시는 입구를 지나 루이 비통을 대표하는 앤티크 트렁크로 시작된다. 또한 루이비통 박물관에 소장한 다양한 오브제와 문서를 비롯해 파리 의상장식박물관, 음악박물관 소장품 및 개인 컬렉션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루이 비통의 장인정신에 헌정하는 공간으로 전시는 마무리된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동선별로 쭉 첨부했다. 굳이 일일이 작품들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개별 전시작품들에 대한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다 설명하면 전시장에 갈 필요가 없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사진보다 전시장이 훨씬 매력적이고, 감각적이란 사실이다.
필자는 루이비통을 잘 모른다. 단지 지갑과 가방 브랜드의 소위 Luxury class라는 정도일 뿐, 그러나 역시 본 전시회를 통해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가 제품을 넘어 오랜 기간 지녀온 가치와 품격, 그리고 하나의 문화유산으로서 헤리티지를 잘 관리하여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전시기법적으로도 트렁크의 재료가 되는 나무, 가죽, 천, 그리고 디자인 패턴들을 하나하나 오브제로 표현한 것은 루이비통의 가방이 어떠한 재료와 제작과정으로 이루어지는지 잘 표현하였다. 더구나 이를 장인이 직접 시연하는 실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가방을 소유한 사람에게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과정을 표현한다. 항공여행, 보트여행, 기차여행등과 함께 하는 루이비통을 표현하기위해 공간 자체를 하늘, 해변, 기차공간으로 표현한 것은 시공간의 일치라는 전시 표현의 정점이었다.
또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예술가와의 협업이었다. 루이비통의 고객들은 자신만의 꿈을 충족시켜줄 특별한 트렁크의 제작을 의뢰해왔다. 그중에서도 바이올린 케이스나 한국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한 대금, 장구, 가야금 등의 케이스는 루이비통이 예술과의 조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한다.
우리는 어떻게 브랜드를 관리하는가? 비록 이런 명품 기업만 브랜드를 활용한 전시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비싼 DDP 전시장을 임대하여 전시회를 보여주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스타트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또는 대기업이든 모든 기업은 창업의 역사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숱한 테스트와 실패의 경험이 쌓여 성공적인 기업을 일구어 낸다. 그 모든 것이 브랜드의 역사이고 유산이다. 단지 회사 출입구에 작은 액자를 걸어도 우리는 기업의 역사와 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 왜 우리는 이러한 기업의 헤리티지를 관리하지 못하는가?
필립 코틀러는 '마켓 4.0'에서 마케팅의 최고 단계는 고객이 브랜드를 변호하는 Advocate(옹호) 단계라고 하였다. 전시회는 고객의 재구매 단계를 넘어 궁극적으로 브랜드를 옹호, 추천하는 충성의 단계로 넘어가게 하는 훌륭한 전략적 마케팅 수단이다. 루이비통은 전시회에서 절대로 가방을 팔지 않는다. 그저 어떻게 여행의 동반자로서 루이비통이 지녀온 가치를 숭고히 지켜왔는지 보여주고, 이야기한다. 그뿐이다. 하지만 관람객은 전시장을 빠져나오는 순간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느끼고 체험한다. 기업 전시회는 스토리텔링을 위한 최고의 수단인 것이다.
'요약하자면 일반 산업전시회가 미래의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전시주최자에 의해 기획과 홍보가 이루어지는데 반해, 기업전시회는 고객을 좀 더 충성스러운 고객으로 만들고자 하는 브랜딩의 목표로, 마케팅 차원에서 굉장히 적극적인 의도로 기획된 이벤트인 것이다.'
서두에서 기업전시회를 이렇게 정의하였다. 이 관점에서 보면 루이비통 서울 전시회는 설립 이래 '여행 예술(Art of travel)'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루이비통을 보여주고자 한 기업 전시회의 의도를 120% 보여준 성공적인 전시회라고 평가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전시장을 빠져나오는 출구에서, 안내요원이 카카오톡에서 쓸 수 있는 루이비통 이모티콘 카드를 선물한다. 아, 기획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8월 27일까지 DDP에서 무료로 개최되는 루이비통 서울 전시회. 브랜딩을 공부하고 싶은 기업인들에게 추천한다.
Written by 이형주
킨텍스 1기로 입사, 10년간 전시장 운영과 전시회 유치, 기획 업무를 하고 퇴사하였다. 그 후 창업하여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 전시회로 중국 관광객 11만 명을 유치하였다. 현재는 전시회 참가 기업을 위한 전시마케팅 강의와 기고 등 전시 컨설팅 일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이형주의 전시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