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에 세워진 태극기를 바라보면, 그저 하나의 국기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와 그 여진 속에서 맞이한 대선 정국이라는 시대의 무게를 생각하면, 이 깃발은 한 나라의 방향성과 민심의 온도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상징처럼 보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혼란과 분열이 짙었던 시간 속에서, 태극기는 서로 다른 목소리들 사이에 우뚝 서 있었습니다. 광장의 함성 속에서도, 조용한 골목의 불안 속에서도, 그 깃발은 흔들렸지만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곧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불완전하지만 나아가고 있다는,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조화란, 모든 것이 순조롭고 아름답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극단적인 감정들, 상반된 가치들, 엇갈리는 시선들이 부딪힌 끝에 간신히 유지되는 위태로운 균형일 수도 있습니다. 태극의 음과 양이 충돌하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하듯, 지금의 사회 역시 갈등을 통해 성장하고, 질문을 통해 방향을 정립해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대선 정국은 그런 의미에서 조화의 실험대입니다. 각기 다른 목소리들이 자신만의 정의와 희망을 말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깃발 아래서 모여야 할 때가 오기 때문입니다. 태극기는 그 과정을 상징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질문을 던지는 존재입니다. "당신이 바라는 조화는 어떤 모습입니까?"라고.
강단에 선 태극기를 바라보며 생각하게 됩니다. 과연 조화는 타협일까요, 아니면 용기일까요? 때로는 외치는 것을 멈추고 듣는 용기, 나와 생각이 다른 이를 이해하려는 고요한 결단, 그 안에서 피어나는 느리지만 단단한 변화가 진짜 조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시국은 여전히 분열과 갈등의 소용돌이 안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태극기는 묵묵히 중심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한 국가의 상징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아니, 이 사회 전체에—조화란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 나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묻는 살아 있는 철학입니다.
태극기의 조화는 이상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성찰 끝에 비로소 가까워지는 어떤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분열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지금, 그 깃발 앞에서 각자의 마음 안에 조화의 가능성을 되새겨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