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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의 정당성

by 최정식

조직 안에는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함께 일합니다. 그 가운데 어떤 분들은 감정을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합니다. 좋으면 좋다고, 불만이면 불만이라고, 거침없이 드러냅니다. 스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숨기지 않아요. 솔직한 게 나쁜 건가요?”


그렇지만 조직은 단지 감정을 드러내는 곳이 아닙니다. 조직은 하나의 작고 정교한 사회이며, 그 안에서 말과 행동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당성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상사의 허락이나 규칙의 준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과 수용, 다시 말해 작은 과반의 동의가 확보되어야 비로소 그 말은 힘을 얻게 됩니다.


직설적인 감정표현이 항상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공동체 안에서 공감받지 못하고, 낯설고 불편한 방식으로 전달된다면, 그 표현은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진실함은 존재하되, 정당성은 부재한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결국 진심은 전해지지 않고, 사람들 사이엔 경계와 거리만 남게 됩니다.


조직이란 결국, 모든 표현과 행동이 ‘작은 투표’를 거치는 공간입니다. 동의가 쌓이고, 이해가 공유될 때 정당성이 형성되고, 비로소 그 말은 자리를 잡습니다. ‘나는 솔직했다’는 선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솔직함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는가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정당한 표현이 되기 위해선 그 자유가 공존의 기술로 이어져야 합니다. 지금 나의 말과 감정이 과연 조직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설득력을 가지는가—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조직은 진심보다 먼저, 그 진심의 정당성을 묻습니다. 공감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솔직함을 조율하는 것, 그것이 함께 일하는 관계에서 품격 있는 소통의 출발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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