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고, 리더십이 교체되는 시기에는 언제나 혼란이 뒤따릅니다. 방향은 모호하고, 이전에 익숙했던 질서는 작동하지 않으며, 새로운 기준은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공백기에는 "누가 중심을 잡아야 하는가", "무엇이 정답인가"라는 물음이 조직 내외부를 떠돕니다. 그러나 이 시기를 통찰적으로 바라본다면, 단지 리더가 부재한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이 탐색되는 시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할 때 겪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낯선 거리, 낯선 언어, 익숙하지 않은 표지판.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길을 묻습니다. 모른다고 멈춰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묻고, 듣고, 다시 움직이면서 결국 길을 만들어 갑니다. 리더십의 공백기 또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 명확한 해답을 내려주지 않는 시기야말로, 각자의 자리에서 묻고, 응답하고, 연결하는 탐색 가능성의 시간입니다.
탐색 가능성은 단지 길을 모른다는 무력감이 아니라, 알고자 하는 능동성, 관계를 통해 길을 만들어가려는 태도입니다. 지금 이 시기에는 바로 그 태도가 요구됩니다.
"이 방향이 맞습니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더라도, "어디로 가야 할까요?"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조직은 다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길을 묻는 행위 자체가 공동의 지혜를 활성화시키는 촉매가 됩니다.
그동안 수직적인 명령체계에 익숙해졌던 조직일수록, 이와 같은 공백기에 당황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 정답을 말해주기를 기다릴 때가 아니라, 함께 길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묻고, 경청하고, 공유하는 이들이 모일 때 조직은 스스로의 리더십을 재정의하게 됩니다.
탐색 가능성은 무질서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잠정적 질서를 계속해서 실험하고 갱신해가는 힘입니다. 혼란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로의 전환이 시작되는 공간입니다. 리더가 부재한 시기, 혼란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묻는 태도와 탐색의 용기를 가지고 조직이 다시금 움직일 수 있는 살아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