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세 번째 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 글이 서툴고 미완성처럼 느껴질 때, 책을 사야 할지 망설여지는 마음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딜레마입니다. 단순히 책 한 권의 구매가 아니라,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이어갈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마르셀 모스는 『증여론』에서 선물은 결코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선물은 주고받는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의무와 관계의 끈을 만들어내며, 사회적 유대의 핵심 기제로 작동합니다. 책을 사주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문학적 성취를 소비하는 행위이기보다는, 친구의 삶과 노력을 인정하고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신호가 됩니다.
문제는 이 증여가 반복될 때 발생합니다. 한두 번은 기쁜 마음으로 사주던 것이, 세 번째, 네 번째로 이어질수록 ‘자유로운 증여’가 아니라 ‘강제된 의례’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이 지점에서 선물의 본질적 아이러니와 마주합니다. 선물은 본래 자발성을 전제로 하지만, 사회적 맥락 속에서는 언제든 의무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친구의 책을 살 것인지 망설이는 마음은 단순한 인색함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관계 속에서 자율성과 의리가 충돌할 때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고민입니다. 책 한 권을 두고 벌어지는 이 사소한 갈등은 사실 인간 사회가 선물과 교환을 통해 유지되는 방식,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부담과 피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책을 사느냐 마느냐의 결과보다, 그 선택이 어떤 관계를 반영하고 어떤 진정성을 담아내느냐일 것입니다. 증여의 본래 의미가 자유로운 우정과 지지에 있다면, 그 마음이 담기지 않은 책 한 권은 단지 종이 뭉치일 뿐입니다. 선물의 가치는 물질이 아니라 그 속에 깃든 마음이라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