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정치는 본질적으로 끊임없는 전환과 불완전한 균형 속에서 이어져 왔습니다. 왕정에서 공화국으로 이행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보다는 여전히 파벌과 인맥 중심의 정치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청년 세대의 대규모 시위는 이러한 정치 구조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하겠습니다.
먼저, 네팔 민주주의의 뿌리는 아직 약합니다. 헌법이 존재하고 선거가 정기적으로 치러지고 있으나, 정치 과정은 제도적 규범보다는 인물과 파벌의 이해관계에 좌우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정권은 잦은 교체를 반복하며, 정부는 장기적인 정책을 추진할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째, 네팔의 다당제 연립 구조는 불가피하게 파벌주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당은 이념보다는 인맥, 지역 기반, 개인적 카리스마에 의존합니다. 합의 정치가 제도화되기보다는 단기적 타협에 머물고, 이는 곧 정치 불안정으로 이어집니다.
셋째, 청년 세대의 등장은 새로운 변수입니다. 이번 ‘Gen Z 시위’는 단순한 SNS 차단에 대한 반발을 넘어, 정치 엘리트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기성 정치가 수용하지 못한 사회적 에너지가 거리로 표출된 것이며, 이는 제도권이 새로운 세대의 요구를 흡수하지 못할 경우 불안정이 더욱 반복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네팔 정치는 지정학적 제약 속에 있습니다. 인도와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놓여 있는 만큼, 외부 압력은 정치의 자율성을 제한합니다. 국내 엘리트들은 이를 권력 경쟁의 자원으로 활용해 왔고, 그 결과 내부의 파벌주의와 외부의 전략적 제약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종합해 보면, 네팔 정치의 본질은 제도적 안정과 사회적 포용의 부재 속에서 반복되는 순환적 실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제도는 아직 튼튼히 서지 못했고,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그릇도 부족하다 보니, 정치가 늘 흔들리며 같은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입니다. 파벌정치가 여전히 지배적이지만, 청년 세대의 도전은 기존의 정치 문법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네팔 정치가 직면한 과제는 파벌주의를 넘어 제도적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고,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제도권 안으로 수용하는 일입니다. 이는 네팔이 단순히 국내 정치의 불안정을 넘어, 인도와 중국이라는 전략적 환경 속에서 자율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와도 직결된 중대한 시험대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