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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by 최정식


조직 생활 속에서 한두 번쯤은 동료의 거친 언행이나 예민한 반응으로 불편함을 경험하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단순한 순간적 감정 폭발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나타나 주변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 때입니다.


흔히 ‘히스테리적’이라고 불리는 이런 태도는 단순한 성격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그 안에 더 복잡한 내면의 사정이 숨어 있습니다.


우선, 히스테리적 언행은 대개 내면의 불안에서 비롯됩니다. 인정받지 못한다는 두려움, 혹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이 과장된 감정 표현으로 터져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마음을 다루는 힘이 약할수록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는 줄어듭니다. 결국 본인은 방어하려 했을지 몰라도, 주변에는 불편함과 긴장만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언행은 공감 능력의 차단을 드러냅니다. 타인의 감정과 입장을 존중하기보다, 자기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는 데 몰두하면서 대화의 균형을 잃어버립니다. 더 나아가, 이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불편하니 모두가 불편해야 한다”는 식의 권력 과시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그 순간 공동체는 협력의 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감정을 떠맡는 무대가 되고 맙니다.


그러나 건강한 조직은 누군가의 불안과 예민함을 무조건 감싸거나, 반대로 냉정하게 배척하는 방식으로는 유지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적절한 경계 설정입니다. 상대의 감정이 왜곡된 방식으로 표출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되, 그것이 공동체 전체를 잠식하지 않도록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합니다. 배려와 단호함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관계는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히스테리적 언행은 자기 마음의 그림자를 외부로 투사하는 행위입니다. 이를 바라보는 태도는 곧 조직과 개인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시험대라 할 수 있습니다. 불편한 순간에도 타인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시선, 그리고 그럼에도 지켜야 할 선을 세우는 용기, 이 두 가지가 함께할 때 공동체는 무너지지 않고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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