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리더가 업무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상대방의 상황을 헤아리지 못한 채 속도만을 강조할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자리는 중간관리자의 위치입니다. 윗선의 지시는 신속함을 요구하지만, 실제 현장은 그 속도를 따라잡기 벅찬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중간관리자의 숙명적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행정 경험이 부족한 리더일수록 눈에 보이는 성과를 중시하며, 절차적 설득보다는 단기적 결과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조급함은 사실 불안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 불안의 본질은 결과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제권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 나아가 멈추면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입니다. 겉으로는 추진력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자기 존재를 확인받으려는 불안이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불안은 고스란히 조직 전체로 번져나가, 사람들 사이의 협력은 약해지고, 형식적인 순응과 피로감만 쌓이게 됩니다. 바로 이때 중간관리자는 불안을 덜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리더의 조급한 말과 태도를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차분히 풀어서 전달하고, 구성원들이 느끼는 부담을 덜어내며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윗선의 조급한 의도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그 지시를 현실 속에서 소화 가능한 형태로 번역하고, 구성원과 파트너의 상황을 고려해 균형을 잡는 일은 훨씬 더 어렵습니다. 동시에 리더에게는 속도의 위험을 조심스럽게 알리고, 절차와 협력의 가치를 설득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중간관리자가 발휘해야 할 전문적 책무입니다.
결국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단순한 명령 전달자가 아니라, 위와 아래를 이어주는 다리입니다. 조직이 탈선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고, 리더의 의도를 현실적으로 풀어내며,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놓아주는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이 힘이, 경험이 부족한 리더를 지탱하고, 구성원들의 지쳐가는 발걸음을 붙잡아주는 버팀목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