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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by 최정식

어두운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 조형물을 돋보이게 하는 조명, 그리고 밝게 빛나는 간판들은 공통된 역할을 합니다. 바로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드러내고, 숨겨진 아름다움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빛들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다른 대상을 밝히는 데 집중합니다.


세상은 각자 자신의 빛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예술로, 누군가는 말로, 또 다른 누군가는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밝힙니다. 그러나 그 빛을 움켜쥐고 자신만을 위해 사용할 때, 그 아름다움은 점차 희미해집니다. 빛은 나누어질 때, 더 넓게 퍼져나가고 더 많은 이들을 따뜻하게 감쌉니다.


저의 작은 재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작고 미미해 보여도,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가로등이 홀로 어두운 길목을 밝혀주듯, 제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길을 조금이나마 밝게 비출 수 있습니다. 움켜쥐기보다 나누는 것이야말로 공동선을 실천하는 첫걸음임을 깨닫습니다.


물론 나누는 일은 쉽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때론 제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고, 제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불씨도 어둠 속에서는 커다란 빛이 됩니다. 제가 가진 것이 크든 작든, 그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입니다.


이제 저는 가로등처럼, 조형물을 비추는 조명처럼, 누군가의 어둠을 밝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가진 빛을 움켜쥐지 않고, 주저하지 않고 나누어주며, 공동선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렇게 저의 작은 빛이 모여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고 밝게 만들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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