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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성 안부

by 최정식

동네(야탑, BYC건물)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했습니다.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하늘을 뒤덮던 모습이 화면 너머로 생생하게 전해졌습니다. 다행히 저와 제 가족은 아무런 피해가 없었지만, 그 순간 핸드폰을 바라보았습니다. 혹시나 안부를 묻는 연락이 올까 싶어 잠시 기다렸지만, 화면은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평소 자주 연락하던 지인들도, 한때 가까웠던 친구들도, 그 누구도 저의 안부를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화재가 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걸 알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이 쓸쓸해졌습니다.


조용한 휴대전화 속에서, 저는 저의 인간관계를 곱씹어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안부를 얼마나 진심으로 궁금해했는지, 또 얼마나 자주 먼저 연락을 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혹시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었던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관계는 참으로 섬세하고도 소중한 것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안부를 묻고, 함께 웃고 울었던 순간들이 쌓여야 비로소 진정한 관계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작은 일에도 마음을 담아 안부를 묻고, 누군가의 소식을 먼저 궁금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얼마나 밝게 만들 수 있는지 알기에, 저부터 그 온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어쩌면 이번 화재는 저에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 계기였는지도 모릅니다. 조용한 휴대전화 너머로, 다시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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