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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외면하는 시대

by 최정식

현대인의 하루는 뉴스를 확인하며 시작되지만, 최근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멀리하고 있습니다. 탄핵 정국의 혼란스러움과 항공기 추락 같은 비극적 사건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피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피곤함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방어 기제와 철학적 고민이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현대 사회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뉴스가 쏟아져 나오며, 그중 상당수는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입니다. 정치적 혼란, 대형 사고, 경제 위기 등은 사람들에게 심리적 피로감을 안기고, 이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사람들은 정신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뉴스를 멀리하는 방어 기제를 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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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반복적인 비극적 사건은 사람들에게 정서적 탈진을 초래합니다. 끊임없이 슬픔과 공포 같은 감정을 자극받다 보면,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힘들어져 이를 회피하려 합니다. 이는 일종의 자기 보호 기제이지만, 동시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들로부터 개인을 멀어지게 만듭니다. 여기에 반복되는 부정적 뉴스는 사람들을 둔감하게 만들고, 결국 뉴스를 아예 외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 현상은 철학적으로도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장 폴 사르트르는 현대인이 세상과 단절되며 소외감을 느낀다고 보았습니다. 뉴스를 통해 접하는 혼란과 무력감은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에서 도피하도록 만들고, 이는 세상과의 연결을 끊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니체가 경고했던 니힐리즘도 비슷한 맥락에서 작동합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비극은 세상이 무의미하다는 체념을 강화하며, 결국 사람들은 더 이상 뉴스에서 의미를 찾지 않으려 합니다.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가 언급한 ‘감각의 폭력’ 개념도 이를 설명합니다. 미디어가 끊임없이 강렬한 자극을 통해 우리의 감각을 지배하는 동안, 사람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뉴스를 피하게 됩니다.


그러나 뉴스를 외면하는 것은 단순히 심리적·정서적 피로를 줄이는 것 이상의 문제를 내포합니다. 뉴스는 사회의 문제를 직면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뉴스를 멀리하면,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의 문제 해결 능력이 저하됩니다. 이는 민주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참여와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뉴스 소비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미디어는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보도를 넘어,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해야 하며, 개인은 뉴스를 무조건적으로 소비하거나 회피하기보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 능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뉴스를 외면할 때 우리가 잃는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닙니다. 그것은 세상과의 연결,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능력입니다. 혼란스러운 시대일수록 뉴스를 건강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 시대에 잃지 말아야 할 중요한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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