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 분주한 사람들 사이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코 훌쩍임 소리는 한겨울의 단골 배경음악처럼 익숙하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 반드시 편안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규칙적이든 무질서하든, 코 훌쩍임 소리는 피곤한 출퇴근길의 신경을 거스르는 소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연로하신 어머님께로부터 나올 때는 달랐다. 거슬림보다는 걱정과 연민이 앞서게 되는 것이다.
루소는 그의 철학 속에서 사랑의 원류를 이야기하며, 사랑은 단순히 대상에 대한 애착이나 소유의 욕망이 아닌, 상대의 고통과 결핍에 공감하는 깊은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어머님의 코 훌쩍임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느끼는 이 감정은 바로 그러한 사랑의 원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어쩌면 현대인의 냉정함을 상징하는 곳이다. 각자가 제 일에 몰두하며 서로를 스쳐 지나가는 이 공간에서, 코 훌쩍임은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의식하게 하는 작은 신호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그 신호가 내가 사랑하는 어머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소음이 아닌, 어머님의 몸과 마음 상태를 엿보게 하는 창이 된다. 어머님의 훌쩍임 속에는 어쩌면 작은 감기, 혹은 하루의 피곤함, 그리고 세월의 무게까지 담겨 있을지 모른다.
나는 어머님의 코 훌쩍임 소리가 들릴 때마다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돌아가곤 한다. 어린 내가 밤중에 감기로 고생할 때,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 나를 돌봐주셨던 어머님의 손길이 떠오른다. 그분은 내 훌쩍임에 귀 기울이며 따뜻한 차를 끓여 주시고, 이불을 더 덮어 주시곤 했다. 이제 그 훌쩍임이 어머님의 것으로 바뀌었을 때,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루소의 사랑의 원류는 결국 서로를 향한 연민과 돌봄 속에서 완성된다. 사랑은 단순히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고통에 다가가 그 자리를 함께 나누는 것이다. 늙으신 어머님의 코 훌쩍임을 들으며, 나는 어머님이 느낄지도 모를 추위와 피로를 대신 느끼고, 그것을 어떻게 덜어드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것은 작은 생각일지 몰라도, 사랑은 아마도 그런 작은 행동과 마음에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