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례식장이 붐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삶의 마지막을 보내는 이들의 수가 늘어나는 모습은 자연스럽지만 묘하게 마음에 울림을 줍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언젠가 소멸하게 마련입니다만 그 소멸이라는 단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없어짐'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물리적 소멸이든 정신적 소멸이든 그것은 단순히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로의 전환과 흐름일지도 모릅니다.
먼저, 물리적 소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물리적 소멸은 우리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나무가 불에 타면 재가 되고, 물방울이 증발하면 공기 중으로 흩어지듯이, 모든 물질은 그 형태를 잃고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 생물학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명이 다한 꽃은 땅에 스며들어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밑거름이 됩니다. 과학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소멸은 끝이 아니라 에너지와 물질의 전환일 뿐이다."
그러나 물리적 소멸만이 존재의 전부는 아닙니다. 인간의 의식, 기억, 정체성은 물질적인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존재입니다.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누군가의 모습은, 마치 어두운 밤 안개 속으로 희미해지는 풍경과 같습니다. 알츠하이머나 치매를 겪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우리는 정신적 소멸의 슬픔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의 몸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지만, 마음속의 '그 사람'은 점점 멀어져 가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하지요.
이렇듯 물리적 소멸과 정신적 소멸은 서로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지지만, 결국 깊이 얽혀 있습니다. 뇌라는 물리적 기관이 손상되면 우리의 의식 역시 흐려지고, 정체성이라는 정신적 존재도 점차 사라져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물리와 정신의 경계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할까요?
저는 이 소멸의 과정을 단순히 '없어짐'으로 보지 않으려 합니다. 그것은 존재의 흔적과 기억, 그리고 영향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사라진 존재라 해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새겨진 기억과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의 말과 행동, 그가 남긴 따뜻한 순간들은 비록 그 사람이 떠난 후에도 우리 안에서 살아 숨 쉽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존재의 소멸은 단순한 끝이라기보다 또 다른 형태로의 전환처럼 느껴집니다. 물질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명을 돕고, 정신적 존재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또 다른 의미로 살아갑니다. 소멸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위한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소멸이 두렵고 막연하게 느껴질 때, 그것을 변화와 연결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본다면 어떨까요? 존재의 소멸은 삶과 죽음을 잇는 다리와 같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이 존재의 본질을 성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