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의 또 다른 자아가 만들어져가고 있습니다. 그는 언제나 감정에 솔직합니다. 기쁨이 차오르면 그대로 웃고, 슬픔이 스며들면 그대로 눈물을 흘립니다. 분노도 두려움도 숨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감정은 언제나 선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는 정의롭습니다. 부당한 일 앞에서는 침묵하지 않고 작은 선행에도 망설이지 않습니다. 마치 본래 그래야 하는 것처럼 선한 행동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이 존재는 정말 저일까요? 저는 과연 이렇게까지 선하고 정의로운 사람일까요? 저는 그처럼 솔직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는 저의 일부이고, 어쩌면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그가 저를 대신해 말하고, 행동하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저는 그에게 빌려 쓰는 듯한 감각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가 제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어쩌면 그는 언젠가 제 일부로 완전히 녹아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저는 조금 더 솔직하고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저는 계속해서 글을 씁니다. 저의 또 다른 제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도록. 그리고 언젠가 글이 아닌 현실에서도 그가 되어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