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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Jul 21. 2021

란타나를 들였다.

참 오랜만이다. 약간의 어색함마저 어색하다. 그럼에도 나에게 이곳은 그냥 일상이다. 내 바쁨도 내 여유도 이곳에 있었다. 한동안 바쁨, 사이 공백 그대로 있는 중이다.


참 예쁘다. 한참 보고 또 보고 오래 곁에 앉았다.

창가 표정이 달라졌다. 새 마음 같다.

또한 방학이다. 드디어 한 학기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기특하고 기꺼운 시간들 그 후 정해진 일정들이 또 기다리고 있지만 일단 끝이라고 말하면 토닥토닥해 주었다. 오늘은 비교적 가벼운 일정을 마치고 무조건 쉬고 싶었다. 마침 팔공산과 가까운 곳이어서 무작정 그곳으로 달렸다.

오후에 비 소식이 있어서였는데 그래서 꼭 혼자이여만 했다. 우두커니 나는 앉았고 아랑곳없던 어느 하늘은 흐리고 저 하늘은 맑았다. 부분적으로 하늘의 낯빛은 달랐으나 어느새 어둠이 가시고 빛이 들어 모두가 환해졌다.

이럴 땐 빛으로 비를 말린 공기가 퍽 야속했지만 그냥 내려가기도 아쉬워서 뭘 할까 하다가 문득 여름 산을 오르고 싶었다. 미리 작정했다면 전혀 엄두도 내지 못했을 텐데 뜻밖의 기회였다. 모처럼 땀 흐르도록 걷고 싶기도 했으니까.

가산산성. 숲 사이로 걷기 좋은 이곳이 단박에 생각났다. 나무 그늘이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고 언제나 숲이 우거져 즐겨 찾는 곳인데 이토록 오랜만이었다.

산 둘레를 돌아갈까 하다가 순순히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의 짙은 여름 나무들 사이로 흐르던 빛들. 초록빛

투성이 사이로 잠기도록

숲은 한산했다. 나 혼자만의 숲인 듯 그 느낌이 좋았다.

간간히 만난 사람 몇몇의 모습 여유로웠고 길 따라 흙냄새가 났다. 금방 후끈해진 습한 공기에 내 옷은 젖었지만 시원했고 개운했다. 다행히 등산 차림이 아니어도 또한 바지 차림이 아니어도 가능한 산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 놓이게 했다.

흠뻑 땀이 나도 간간히 바람이 식혀주면  자잘하게 나무가 흔들렸고 나는 잠시 멈춰 앉아서 좋았다.

그렇게 여름 오후의 열기를 잠재운 시간을 보내고

산을 내려와 돌아가던 길, 화원 앞에 놓인 꽃나무가

스치듯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멈추었고 망설임 없이 데리고 왔다. 저 아이,

옮겨줄 토분 하나 주문하고 기다린다.

일렁이는 초록초록 꺼내며 공기처럼 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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