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걸었다. 사실 더워서 좋은 것도 있다. 몸이 무거워 스펀지 같아도 땀을 흘리면 가벼워지니까, 어떤 순간엔 김이 모락한 열기가 싸늘해지기도 해서 몸이 몇 번이나 마르도록 뜨거워져야 한다. 대략 성가시기도 하고 자주 가라앉기도 하지만 또 그게 여름이니까,
여름의 계절이다. 태양이 휘청거리면 매일 보던 나무들은 더 짙어지고 잎들은 온 빛으로 부서진다.
어느 정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나무는 기특하게도 녹지 않는다는 사실로 자란다. 마음이 투명해지는 계절. 여름. 아직은 무뎌지지 말기로 해
그 후, 마른하늘에 우박이 눈처럼 쏟아졌다. 아주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