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Jul 29. 2021

동그라미.

이른 아침 플라타너스의 녹음이 우거진 거리를 달려왔다. 문득 어떤 순간의 무해함은 나무로 서 있던 자리의 한결같은 충직함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녹지 않는 푸름이 상징하는 의연함이 곧게 세운 기둥의 무늬들로 담백하게 새겨졌을 테니까. 빛을 향해 쏠린 잎들 사이 나이테 간격의 넓음도 그 반대편 좁음과 연결되어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루가 지날수록 계절은 무늬를 그려가고 계절은 돌아가서 온다. 몸이 기억하는 순간이 올수록 그리는 나의 무늬는 풍경 사이에서 어떤 부분과  가만히  만나고  헤어져도 살아 있다. 저마다 사라지지 않는 빛, 제 빛으로 저 빛에게 가면 서로는 또 같이 어울린다. 다른 듯 같은 같은 듯 다른 내 곁의 빛들과 만나서 그리는 동그라미는 이토록 일그러져도 손을 뻗으면 동그래지는 사이에서 오늘을 만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러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