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마르기 전에 다듬었다. 그리고 따로 분리해서 꽂았다. 침묵해도 상처는 없다. 오로지 물들어 넘쳐흐르기 전의 꽃잎은 어쩐지 사랑스럽다. 며칠 전 꽃 한 다발을 받아 든 나의 기쁨은 따로 같이 나눠져도 고스란하다. 여기저기 놓여있다. 어떤 공간도 꽃이 들면 햇살도 유난히 반짝였다. 눈부심은 꽃에게 스며들어 여운은 또 바라보는 이의 것이다.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이유를 알 이유는 없다. 꽃이 살아가는 이유는 꽃만 알면 되겠지. 시들해져도 괜찮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도 그렇다. 애써 알리려 하지 않아도 알아지는 것. 나의 순서가 바뀌면 된다. 머뭇거리지 말고 무심코 떠올려보자. 그때의 바람과 지금의 바람이 현재에 있는지 과거에 머물러 있는지. 시점은 한결같이 현재, 그리고 현재 진행형이다. 나의 성공과 실패. 그것은 모든 경험이며 여전히 나는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실패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는 위대한 의미일 것이다. 그 과정 어디에도 이유는 있다. 저마다 살아가는 이유. 그 의미는 바로 오직 꽃이 피고 지는 사이 향기로운 너의 이유와 별 다르지 않기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