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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Jan 23. 2022

햇살처럼 피어나는 비타민.




봄날 같다. 살살 아지랑이 피어날 듯 따뜻한 오후. 어떤 정지된 시간 안에 안겨 있는 느낌이다. 시간이 시간을 모아두지 못한 이유가 좋다. 모아두었던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어느 한 시점의 겨울로 서 있을 테니까. 흐르는 시간이 새삼 틈을 보인다. 틈 사이로 햇살이 은근하게 파고든다.  불필요한 시간의 환영 없이 먼저 와닿아서 시간이 되었다. 잡을 수 없는 자투리 시간의 법칙.

작은 숨결을 느낀다. 봄.이라고 말하고 쓰면 봄이 되는 일을 기다리게 만든다. 산너머 남쪽 바람이 불어온다. 준비 없이 떠나고 준비 없이 만나도  사라져 가는 건 아무것도 없어서 아무래도 이별은 아닌 것 같다. 어디즘에 머물다 어떻게 오고 가는지 알 수 없어도 어느새 시간은 수 없이 많은 그리운 날이 되었을 것이다. 그날이 부르면 만나러 간다. 울고 웃던 그 모든 시간이 가져간 슬픔과 더해진 기쁨이 소환되던 기억 그 사이로,

오렌지 빛 같은 햇살 피어나는 오후. 비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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