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부드럽다. 아른아른 공기가 흔들리면 하늘은 뭔가 꿈틀댄다. 뭔가 봄은 찬란해질 거라고 말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덜컥 어느 한 곳이 허전했다. 쓸려오는 빛이 가만히 아주 잠시 흩어지면 봄빛이 자라는 자리가 아렸다. 그냥. 이유는 없었다.
며칠 꿈을 꾼 듯 나른하였다. 그러다 오늘 머물렀던 생각의 자리에서 떠나왔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에서 나는 집안을 정리하기로 했다. 환기가 필요한 순간이 오면 가장 먼저 방마다 창을 연다. 바람이 서로 통하면 나부끼는 것들에게 마음을 뺏기면 파란 마음이 돌아온다. 기운을 차렸다는 말이다.
늘 어디론가 가고 있는 길 위에서 놀라운 건 지금도 일상이라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사실로부터 일상은 빛이 나고 따뜻한 온기는 전해진다. 비워진 일상마다 다시 채워주는 것들로부터 닫힌 마음이 열리기도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펼쳐진 철 지난 바다의 막연함을 뒤로한 희미한 감사처럼. 무엇이 감사인 건 아무도 모르지만 저마다의 것이면 된다. 아름다움도 저마다 아름다움을 말하고 감사라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문득문득 가슴 벅찬 일이라고.
순간을 떠나오면 또 순간을 살아간다. 는 사실을 알려주는 휴일 오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