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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Jun 15. 2020

혹은,

어떤 때는 고요함이 좋고 어떤 때는 대략 슬프다. 이유 없을 수도 있고 이유 있을 수도 있는 이유로 인해 내 안에서 감춰도 드러난다. 오늘은 모든 것이 대략 분주했다. 아무래도 오래 집에 있다 보니 세상과 이어지는 지점이 사라졌다 나타나는 현상이겠다 하다가도 모처럼 바쁘게 집중하는 하루는 숨찼다. 리듬이 교차하는 순간 균형이 조금 맞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서 온갖 느순함이 한꺼번에 팽창해지면서 일어나는 화학반응 같은 걸 밀어내려고 했는데 어느새 휘청거리며 지나갔다. 하루가.

하루 안에 있는 모든 고요함과 분주함을 한꺼번에 갈망했어도 더 보고 싶고 움직이고 안주하는 걸 이해하고 싶었다. 그건 충만도 아니고 허기도 아니었다. 평범한 하루 안에서 조화로운 다정함이기도 했다. 혹은 다시 못 볼 것처럼 스치는 별들의 기억일지도 모른다. 익숙함과 낯섦 그 사이 어디즘의 정지된 시간마저 남다른 시간을 이루는 선택은 좀 더 특별한 오늘로 왔다.

시간을 즐기는 일은 대략 너그럽기까지 하여 가만히 앉은 채로 가끔 여백으로 있고 싶어 질 때가 있다. 지나치게 메아리치는 경계로부터 수다스럽지 않은 침묵으로부터 성가시지 않은 고백으로부터 불편하지 않은 텅 빈 시간과 공간의 마주함.


저녁 여섯 시에도 밖은 밝다. 저 멀리 산도 보이고 어떤 선명함은 해가 넘어가도 사라지지 않는다. 저무는 중에도 느릿느릿 해를 가져간 반대편에서 밝아오듯 늘 꺼지지 않는 하루 해 같다. 빛을 가져간 자리 그늘에도 빛이 드는 저녁. 하늘도 참 파아란. 빠른 저녁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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