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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Aug 19. 2020

하루 빛처럼.

여름 볕은 새벽부터 이만치 번져 눈부시게 하늘을 가리고 하늘 아래 펼쳐졌다. 보이지 않는 곁으로 저만치 희미해지면서 오른다. 벅찬 기운 없이 바람 없이 곁에 머무는 공기는 미지근하여 저항이 없다. 가만히 만져보는 아침이 데워진 공간은 한 줌 무중력 같다. 아침이다. 모든 것이 녹아내릴 것 같은 여름의 끝자락마저 녹여버릴 작정인지 오랜 장마가 그치고 그 자리는 여전히 뜨겁다. 마치 쏟아부은 비의 수분을 다 가져다 회수하듯 바삭 마른 열기 속으로 태어난다.


여기 있는 대부분의 생명들의  멈추지 않는 숨결이 태어난다. 별의 노래처럼 빛나는 그날을 위한 이곳의 여름이 그토록 지치지 않고 시작된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그 날을 위한 작은 시작의 첫날처럼 간절하다. 여기에 태어난 아침은 위대하지는 않아도 간절한 생명을 잉태한 자연으로 날마다 태어난다.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풍경처럼 태어난다. 내가 어제 마신 공기를 오늘 대신 마실 수 없이 흐른다. 여행처럼 내 일부가 시작되고 공간은 삶이 된다. 그리고 걷는다. 가끔 길을 잃고 당황하는 그 자리에 나 홀로 서 있는 날도 이어져서 다행이다. 내 삶 속에서 환호하던 순간들이 꺼지고 정지되는 순간에도 빛은  끝없이 우리를 비춘다. 빛나는 삶보다 자주 꺼지는 순간이 내게 주는 말들을 아끼고 만진다.


어떻게 빛나다 어떻게 꺼졌는지, 또 어떻게  다시 빛날지, 그래서 우리는 또다시 빛날 것을 믿는다. 우리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순간은 도무지 한결같다. 이처럼 우호적인 시선은 삶으로부터 삶을 배운다. 조금씩 다른 세상을 바라보며 조금씩 다른 꿈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면 서로서로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 그 자리에서 행복한 오늘은 그 자리 있는 이들이 함께 여는 마음이 한다. 관계는 점점 나아지며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며 그려간다. 사람이 흐르는 이야기 그 안에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로 연결된다. 우리를 삶 속에 심는 일처럼. 그리고 머물다 자라기도 자라면서 머물기도 하는 것이다. 어떻게 오늘 하루를 우호적으로 시작하는 일은 무언가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비밀의 말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이렇게 하루를 연다.
더디게 열어도 빨리 열어도 하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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