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시간 속에 묻혀 책도 읽고 싶고 오래 멍 때리고 싶은 날들이 자꾸 소멸된다. 겨우 찾은 틈은 뜻밖의 새로운 일정으로 닫혀버리고 바쁘게 열리던 시간의 세계는 하염없이 빠르게 돌아가기만 했다. 밖은 폭염으로 뜨거운 태양이 땅 위의 수분을 바삭 말리고 이른 아침 시작된 나의 호흡은 마스크를 끼고 점점 탁해졌다. 탁한 공기를 다시 숨 쉬고 마시면 성대 깊숙이 더운 바람을 밀어 넣고 내 쉬는 이산화탄소를 산소 삼아 다시 흡입하던 긴 시간들이었다. 아무튼 산소가 부족한 건만은 사실이어서 마치고 나오면 뜨거운 태양 아래 내 세포가 동시에 멈춰버린 듯 늘어진다.
그 사이 새로운 일을 요청받았다. 어떤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부여된 이름은 연구원이지만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해서 수락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는 작업이다. 학위 논문을 쓸 때와는 또 다른 연구는 유의미한 자료 찾기부터 몰두하게 만든다. 두 달 정도 예상되는 뜻밖의 요청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고마운 마음이 먼저 온다.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님 요청으로 연구원으로 잠시 일할 때도 있었지만 또 다른 배움이 나를 건드리고 나를 자라게 할 거라는 생각은 왠지 모르게 설레게 하기도 하고 긴장하게도 한다. 다만 적당하다. 하던 일을 하면서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덕분이다.
목적 없이 배워보려고 한다. 도전하는 건 이미 많이 알아야 하는 건 아닐 테니까, 모르니까 도전한다. 모르는 걸 줄여가면 하나씩 줄어들 테니까. 또 하나의 출발을 한다. 내가 언제 이 순간을 살 걸 알았을까. 그렇기에 이 순간을 산다.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니까. 틈틈이 쉼표, 같은 내 시간을 만들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