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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Sep 29. 2020

비열하지만 강대한 국가 중국의 미국 침략기

서평 시리즈 #52 : <트랜스퍼시픽 실험> by 매트 시한

중국은 비열한 국가이다. 지극히 사견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비열하고 이기적인 국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0억 명이 넘는 시민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감시하고 있으며 국제 사회에서 G2에 걸맞는 인도주의적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수많은 정치적 이슈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거대한 국가이다.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위해서는 충족해야 하는 조건들이 많기에 '위대한' 국가는 결코 아니지만 강대하고 거대한 국가임에는 틀림없다. 자유를 탄압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주변의 약소국을 상대로, 중국 시장을 노리는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마피아 같은 골목대장 놀이(bullying)를 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국제 사회에서 악당임과 동시에 패권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중국의 성장 동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트랜스퍼시픽 실험>은 태평양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물리적 제약을 넘어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세력 다툼과 양국의 정세 변화, 그리고 그로 인한 세계의 움직임을 다룬 책이다.  우연히 찾은 중국 베이지에서 중국의 매력에 푹 빠져 중국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저널리스트 저자가 자신의 조국인 미국과 미국을 속 깊은 곳부터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있는 중국을 함께 조명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150년쯤 전 중국인이 처음으로 취업 비자를 발급받아 미국 땅을 받았을 때 그들은 주로 하루에 몇 페니를 벌지 못하는 가난한 노동자였다. 엄청난 속도로 세계의 자본과 자원과 인구를 빨아들이며 성장하는 미국 땅 위의 벽돌을 쌓기 위해 필요한 부속품에 불과했다. 지금도 중국인은 미국 땅을 밟는 가장 많은 외국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캘리포니아의 땅을 사기 위해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태평양을 건넌다.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에 2억에서 3억 달러쯤 되는 그들에게는 '껌 값'인 돈을 투자하기 위해 미국의 초호화 저택을 사두고는 잠깐 머물다 간다. 아니, 사실 이제는 미국인들이 중국인들의 차이나 머니를 구걸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중국 땅을 밟는다. 불과 100년 만에 중국의 위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한국의 교육료 또한 끔찍할 정도로 비싼 편에 속하지만 미국의 교육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수업료에 대한 주정부의 지원이 줄어들고 동시에 미국 본토의 학생들의 진학률 및 지원율이 정체되기 시작하자 미국 유수의 대학들은 돈을 벌기 위해 묘수를 떠올린다. 더 많이 낼수록 더 높은 확률로 합격할 수 있다는 정책이었다. 미국 아이비리그에 입학하기 위해 혈안이 된 중국인 학생과 부모는 대학교들의 좋은 돈줄이 되었다. 쏟아지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거북이'라 불리며 중국으로 회귀하여 고급 인력이 되었고 중국 사회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는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중국으로 돌아오는 학생들조차도 많이 줄어들었다. 좋은 대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에 정착하여 미국 사회의 주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으며 미국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위치에까지 오르고 있다.


중국의 성장은 고등 교육을 위시한 거북이, 또는 뻐꾸기 중국인 유학생에 더불어 중국 사회의 놀라운 통제력이 한몫을 했다. 그 옛날 자신들을 제외한 변방의 민족들인 '오랑캐'를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았던 것처럼 중국 정부는 자유 그 자체인 인터넷을 철저히 자신들의 발아래 두기 위해 '만리방화벽'을 구축했다. 만리방화벽을 중심으로 중국의 이념적 통제성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는 철저히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되었다. 검색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검색' 그 자체인 구글마저도 중국에서는 힘을 쓸 수 없었다. '사악해지지 말자'라는 미션을 가진 구글의 입장에서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철저한 검열'을 통한 검색 결과 노출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실질적으로는 구글을 실행했을 때 중국판 구글인 바이두가 실행되거나 10분 동안 인터넷이 정지되는 놀라운 검열 시스템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의 아내 프리실라의 나라가 중국이기에 중국어를 배웠다는 세계적인 아부를 앞세워 중국 정부에게 제발 페이스북을 허용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이집트의 무바라크를 30년 독재 정치에서 하룻밤 사이에 끌어내린 그 SNS를 중국 정부에서 허락할리는 없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 다국적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상종을 말아야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기업들은 살과 뼈를 내어주어서라도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 살과 뼈는 소스 코드 공개와 기술 공개 및 공유 등이다. IT 기업의 생명과도 같은 핵심 기술들을 공개하고도 '자유'를 추구하는 몇몇 인터넷 기업들은 중국에 온전히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


그렇기에 중국은 한편으로는 놀라운 국가이다. 엄청난 내수 시장과 값싼 노동력을 통해 세계의 공장으로 2010년대 중반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로 인식되었었다면, 이제는 그동안 끌어모은 자본력과 교육 및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기술이 뛰어난 나라로 경쟁력을 재고하려 한다.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정치 체계와 그 정치 체계를 시장 경제와 혼합한 독특한 경제 체계를 바탕으로 지금의 위상을 갖추게 된 점은 놀라운 부분이다.


덕분에 중국 자본이 가장 많이 스며 들어 있는 '골든 스테이트'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입장에서도 곤란한 지역이 되어버렸다. 실리콘 밸리를 비롯하여 수많은 알짜배기 땅을 중국인들이 사들이고 있는 덕에 주택 정책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실리콘 밸리의 뛰어난 인재와 기술을 빼앗기고 있고,  여기에 대중 무역을 통해 엄청난 적자와 기술 유출만 떠안고 있는 미국의 생태는 점차 변하고 있다. 그야말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G2의 두 초강대국이 긴장감 넘치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 '천조국'의 위엄을 유지할 수 있을지, 마침내는 중국의 비열함에 무릎 꿇고 말지 결과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그들의 싸움에 나머지 국가들은 모조리 새우가 되어 등이 터져 버릴지 콩고물이라도 먹을 수 있을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놀라울 정도의 통제 정책과 온갖 나쁜 짓을 일삼으면서도 꾸준히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중국이 놀라웠다. 더불어 이제는 기술을 통해 G1이 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어쩔 수 없이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다. 좋으나 싫으나 국가의 힘이 강한 것은 그 나라의 국민에게는 결코 부정적인 일이 되지는 않는다. 한없이 미약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미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된 중국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더 이상 약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중국을 공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에 실린 중국의 행보는 말 그대로 '비열하다'. 하지만 비열할지언정 강대하다. 우리도 강대해져야 한다. 그렇기에 미중 간의 치열한 세력 다툼이 일으키는 세계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트랜스퍼시픽 실험>을 통해 중국의 행보를 자세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비열할지언정 강대한 국가 중국이 미국과 벌이는 치열한 세력 싸움, <트랜스퍼시픽 실험>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소소의책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 : 

1) https://unsplash.com/photos/5h_dMuX_7RE?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2) https://unsplash.com/photos/8lnbXtxFGZw?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3)  https://unsplash.com/photos/AWh9C-QjhE4?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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