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무료하네. 의욕도 없고.” 남편이 그렇게 말했다. 유일한 낙은 퇴근 후 집에서 홀로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것.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가 싶었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동네에 새로 생긴 코인 노래방에 가자고 하더라. 갑작스러운 제안에 놀라지 않고 어깨춤을 추며 얼른 옷을 갈아입었다.
7천 원을 넣고 16곡을 불렀다. 2005년쯤 제작했을 법한 저예산 뮤직비디오가 나오던 순간 둘 다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진짜 촌스럽다. 근데 나 고등학교 때 저러고 다녔잖아.” 그 시절 유행하던 샤기컷, 나팔바지를 입은 뮤비 속 남자 주인공을 보며 “패션 죽이네. “ 하고는 같이 엄지척을 했다.
그대로 집에 가기 아쉬워 호프집에 들렀다. 이 동네에 이사 와서 둘이 마실 나와 맥주를 들이키는 건 처음이었다. 한 달 전 결혼식에서 있었던 일, 예전 회사에서 압박 면접받았던 것, 연수 갔을 때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며 즐거워했다.
호시노 겐의 ‘くだらないの中に(시시함 속에)’라는 곡을 좋아한다. 일상의 시시한 것들에서 묻어 나오는 사랑을 표현한 가사가 마음에 들어서.
특히 좋아하는 가삿말은 ‘日々の恨み、日々の妬み/君が笑えば解決することばかり(일상의 원망, 일상의 질투/네가 웃으면 해결될 일들뿐)’. 사랑하는 당신이 웃으면 일상의 모든 괴로움은 자연스레 해소된다는 의미.
일상의 괴로움은 남편의 웃음, 거기에 따라 웃는 내 모습에 모두 해결된 것만 같았다.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캬~ ” 소리를 내는 남편이 행복해 보였다. 이 사람이 행복해지면 나도 행복해지는 마법에 걸린 기분이었다.
20221122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