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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비주얼의 양다릿살 통구이

관악산 남쪽 마을 경기 안양 ‘인덕원왕양꼬치’

영어권에서는 양(羊)의 연령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12개월 미만의 어린 양을 램(lamb), 1년6개월 정도 되면 머튼(mutton)이라고 부른다. 시중 식당에서 파는 대부분 양고기는 램을 사용한다. 어린 양을 식용으로 쓰는 이유는 늙은 양의 경우 지방질에 카프릴산, 펠라르곤산이 축적되면서 노린내가 나기 때문이다. 카프릴산은 지방에서 얻어지는 포화지방산으로 성상은 무색의 기름이고 약간 불쾌한 냄새가 있다. 펠라르곤산은 자연적으로 생기는 지방산으로 불쾌한 썩은 냄새가 나는 맑고 기름기가 있는 액체다.      


양고기 식문화권이 아닌 경우 노린내를 대부분 싫어한다. 그래서 램을 도축하지만 머튼에 익숙한 유목민들은 특유의 노린내를 즐기기도 한다. 육질은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하면 질긴 것이 특징이다. 가급적 뜨거운 상태서 먹어야 부드러움을 즐길 수 있다. 육즙과 기름이 풍부해서 갓 구워낸 양고기는 부드럽고 맛있다. 특히 램은 노린내도 없고 육질도 연하다. 다만 머튼이 갖고 있는 특유의 풍미가 없어 고기 맛이 특징적이지 않다.      


양고기, 신석기시대부터 식용 흔적  

그동안 양고기는 양갈비와 양꼬치로 가장 흔하게 맛볼 수 있었다.

양은 염소와 함께 오래전부터 목축으로 길러 온 가축이다. 식용의 역사는 신석기시대(BC 9000년경) 이라크 유적에서 유해가 발견됨으로써 인류가 양고기를 먹기 시작한 것은 원시시대부터라고 볼 수 있다. 양은 이미 수렵 동물을 대신하는 식량원으로 고기가 이용됐고 차츰 양젖도 식용으로 중요시됐다고 한다.

      

램은 연한 붉은 색을 띄며 성분과 맛은 쇠고기와 거의 비슷하다. 노린내가 머튼에 비해 비교적 낮고 맛이 좋아 식용으로 많이 쓰인다. 양고기는 한의학에서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좋아 음을 보호하고 신체를 풍성하게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램을 세분화하면 9~16주 정도 된 양을 핫 하우스(hot house) 또는 베이비램(baby lamb),   16주~8개월 정도 된 양을 스프링램(spring lamb))이라고 한다. 8개월부터~1년 정도 자라면 그때서야 램이라고 한다. 머튼은 일반적으로 2~7년 된 성숙한 양을 말한다. 양모 채취 용도로 쓰이다가 식용으로 싸게 공급된다. 머튼에 속하는 것 중에서도 2년 정도 되는 것을 이어링(earing)이라고 한다. 3년 이하의 머튼은 식용 가치가 충분해 시장에 활발하게 유통된다.     


부위별 식감과 요리법 다양 

양의 부위별 명칭[사진=예스미트 제공]

숄더랙(어깨갈비)은 고급 양고기 요리의 상징이다. 양고기 부위 중 가장 쫄깃한 식감과 특유의 풍미를 자랑한다, 비주얼도 좋아서 이벤트나 파티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구이, 찜 등으로 해 먹는다. 목심은 지방이 적고 육질이 섬세해 탕, 찜, 구이 등으로 쓰인다.      


어깨살과 사각어깨갈비살은 지방이 적당하고 풍미가 좋다. 어깨살은 샤브샤브, 불고기, 꼬치, 주물럭 등으로 요리해 먹는다. 사각어깨갈비살은 구이, 찜용으로 쓴다. 알등심과 갈비살은 지방이 적고 풍미가 좋아 구이로 많이 사용한다. 프렌치랙(표준갈비)는 마블링이 적당하고 육질이 부드러워 고급 식재료로 손꼽히는 부위다. 구이와 바비큐로 많이 해먹는다. 양꼬치와 더불어 국내 양고기 식당의 대표메뉴다.      


늑간살은 갈비뼈 사이 살코기만 커팅한 부위로 갈비살과는 또다른 식감을 가지고 있다. 구이, 볶음, 꼬치로 사용된다. 플랩(배갈비)는 적절한 지방질과 부드러운 살코기가 어우러진 뱃살 부위로 특유의 고소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구이와 찜용으로 많이 쓴다.     


토시살은 기름이 적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구이, 볶음, 꼬치 등으로 사용한다. 등심은 지방이 적당하고 육질이 연하다. 양고기 특유의 풍미를 살짝 느낄 수 있고 스테이크, 돈가스, 카레, 볶음, 꼬치 등에 쓰인다.     

럼프(엉덩이살)는 육질이 조밀하지만 연하고 지방이 적어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소고기우둔과 마찬가지로 육회로 해 먹을 수 있다. 앞다리살은 지방이 적고 육질이 부드러워 구이, 찜, 탕으로 해 먹고 뒷다리살은 전골, 수육, 장조림, 찜 등 앞다리살과 용도가 약간 다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양고기를 먹는다고 하면 양꼬치나 양갈비, 양고기 샤브샤브가 대부분이다. 물론 허르헉이나 샤슬릭 등 요리방법에 따라 먹는 부위가 달라지지만 적어도 국내서 가장 보편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양고기는 꼬치, 갈비 등이다. 얼마 전 경기도 안양시 인덕원에서 양다리 한쪽을 온전히 숯불에 구워 먹을 수 있는 곳을 발견했다.      


비주얼만으로도 만족하는 양다리통구이

압도적 비주얼을 가진 양다리통구이.

필자의 고등학교 선배가 안내해 준 곳으로 인덕원 고기골목 한쪽에 위치해 있다. 사람이 몰리지 않을 시간인 오후 4시에 오붓하게 두 사람이 양다리 하나를 ‘뜯었다’. ‘인덕원왕양꼬치’란 상호를 가진 식당에서는 양다리통구이와 양갈비통구이, 고급양갈비 등과 양꼬치, 중국요리를 팔고 있다.      


이 식당의 시그니처는 역시 양다리통구이. 1kg에 4만원으로 둘이 주문을 하면 5만2000원짜리 다리 하나를 초벌해 나온다. 커다란 쇠꼬챙이에 꿰어서 나온 양다리는 그동안 먹었던 양꼬치와 양갈비와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비주얼을 가졌다. 과연 맛은 어떨까?      


통다리를 숯불 위에 얹어 놓고 칼로 살점을 썰어서 숯불 위에서 다시 굽는다. 껍질이 노릇하게 적당히 구워지면 중국 간장을 이용해 만든 장에 찍어 먹는다. 중국간장은 익숙하지 않은 맛이었는데, 간장보다는 민트젤리나 머스터드가 더 어울릴 듯했다.          


램의 양다리는 노린내는 물론 고기의 풍미가 느껴지지 않아 다소 심심하게 느껴진다. 결국 소스에 의해 양다리 맛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다리통구이는 램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으로 인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어느 정도 칼로 들어내 먹은 후 뼈에 남은 살점은 부장에 가져가서 깔끔하게 정리해 나온다.          


식당 외관과 소스, 밑반찬.

식당은 조선족 부부가 운영한다. 중국식 양고기 문화는 북중국과 남중국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 전파된 양고기 문화는 조선족과 중국인들에 의한 동북 3성 지방 요리다. 중국에서도 양이 식탁이 자주 오른 것은 유목민이던 몽골족의 지배를 받던 원나라 시기다. 그 전에는 중국에서는 돼지고기 소비가 가장 많았다.      


원나라 시절 몽골족은 곡류로 밥을 해먹지 않고 야생에서 잡은 토끼, 사슴, 멧돼지, 족제비, 염소, 황양, 야생마 등을 먹었다. 예전과는 달리 가장 많이 먹은 가축이 돼지가 아니라 양이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양고기의 특별한 비주얼을 원한다면 한번쯤 들릴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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