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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의 계절 입성…굴요리 맛있는 식당은?

다동 ‘인천집’은 굴전‧당산동 ‘이조보쌈’은 굴보쌈 유명

9월에 접어들었다. 지난 주말부터 코로나19에 대한 방역단계가 강화되면서 외식업이 또다시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다. 어려운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점포를 닫으면 결국 공실로 임대료를 못 받으니 임대인도 손해다. 그러니 ‘착한 건물주’가 많이 나와서 임차인들의 어려움을 좀 덜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9월은 맹추(孟秋)다. 24절기 중 백로(白露)가 들어 있다. 밤기운이 떨어져서 대기 중 수증기가 엉겨 풀잎에 내려앉아 이슬을 맺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일조량도 많고 오곡백과가 무르익을 때다. 제철음식도 먹음직스러운 것들이 대거 등장할 때다.       


9월 등장하는 대표 식재료는 자연산 ‘굴’


9월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식재료로 굴.

9월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식재료로 굴이 있다. 굴은 선사시대부터 인류의 혀를 흥분시켰다. 선사 유적지에서 어김없이 발견되는 수많은 패총은 선사인들이 굴, 홍합, 조개 등 연체동물을 사랑했단 것을 증거 한다.      


자연산 굴은 조간대와 아조간대 바위에 붙어산다. 조간대는 밀물 때는 잠기고 썰물 때엔 드러나는 곳을 말한다. 아조간대는 썰물 때에도 물에 잠겨있지만 밀물과 썰물 교차의 영향을 받는 곳이다. 요즘은 양식 굴이 많이 나오는 데, 연체동물은 이동성이 적기 때문에 양식하기가 쉬운 탓이다.      


굴과 같이 껍데기가 두 개인 연체동물은 쌍각내전근이란 근육이 있다. 데기를 여닫을 때 사용한다. 요리사들에겐 아주 고마운 부위다. 굴을 사다가 젖은 수건에 싸서 냉장고에 오래 두어도 살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근육 때문이다. 열을 받으면 껍데기가 벌어지는 것은 내전근이 이완되기 때문이다.       


굴은 입안을 가득 채우는 향과 맛이 일품이다. 날것일 때 맛이 더욱 뚜렷하다. 해롤드 맥기의 ‘음식과 요리’에 따르면 이런 맛은 에너지로 쓰기 위하거나 외부 염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몸속에 축적한 맛 물질에 기인한다.      

대부분의 연체동물은 거의 거의 전적으로 아미노산을 이용해 삼투압 균형을 잡는다. 쌍각류는 글루탐산염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연체동물은 에너지를 지방 형태로 저장하지 않고 프로린산, 아르기닌산, 알라닌산 등 아미노산으로 저장한다.      


이렇게 아미노산으로 삼투압 균형을 맞추기 때문에 서식지 염도가 높을수록 맛이 더 강해진다. 지역에 따라 쌍각류의 맛이 달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체동물은 익히면 맛이 조금 떨어지는 데 아미노산 일부가 응고된 단백질 그물조직 속에 갇혀서 혀가 맛을 감지 못하기 때문이다.      


굴 보관할 때는 불룩한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굴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는 불룩한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하고 젖은 천으로 덮어 놓으면 된다.

굴을 고를 때는 당연한 말이지만 껍데기 채 살아 있는 것이 가장 좋다. 껍데기에서 떨어져 나오는 순간부터 이미 부패는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는 불룩한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하고 젖은 천으로 덮어 놓으면 일주일 정도 살아 있다.      


굴을 젖은 천에 싸서 오래 보관하면 맛이 더 강해지는 데, 산소 없는 대사작용으로 인해 향긋한 호박산이 조직 속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염분이 없는 물속에 넣어 두는 것은 치명적으로 좋지 않다.      


굴은 쌍각 조개들 가운데 가장 연한 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껍데기를 벌려서 내전근을 끊어내고 입안에 넣으면 된다. 굴의 내전근은 몸체 무게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몸 전체를 덮고 있는 얇은 외투막과 아가미가 절반이고 내장 덩어리가 3분의 1을 차지한다.      


굴은 거친 바위처럼 생긴 껍질과는 달리 부드럽고 연한 속살을 가진 데다가 풍부한 맛과 향으로 인해 전 세계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굴의 역사를 보면 17세기경에 희귀해졌다. 그만큼 수요가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대부분 양식에 의존한다.      


굴의 영문명 ‘oyster’는 ‘뼈’를 뜻하는 ‘ost’에서 유래했다. 껍데기가 뼈와 같은 색깔에다가 두툼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양에서는 영어 알파벳 ‘R’이 없는 달은 굴을 먹지 않았다. May, June, July, August 등 5월부터 8월까지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관행은 인류가 이미 4000여 년 전부터 지켜왔다.      


여름에 해당되는 이 시기는 굴이 산란기라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맛이 떨어진다. 또 적조로 인해 독소가 생기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그보단 산란기 굴을 보호함으로써 개체를 유지하려는 ‘지혜로운 소비’ 정신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서양인들은 굴을 ‘바다의 우유’, 우리는 ‘바다의 인삼’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몸에 좋은 영양 성분이 많이 들었다는 의미다. 굴에는 특히 아미노산, 아연 등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생성에 관여하는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 


남성의 경우 아연이 부족하면 발기부전이 될 수 있다. 하루 권장섭취량은 남성 10mg, 여성 8mg인데 굴 한 개에는 거의 8mg이 들어 있다. 부족할 때 발기부전이니 제대로 공급되면 발기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생굴이 가장 풍성한 맛…굴보쌈‧굴전 맛집은?


사진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생굴, ‘이조보쌈’의 굴보쌈, ‘인천집’의 굴전.

굴은 생것으로 먹는 게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레몬즙을 짜서 굴 위에 뿌려 먹으면 풍미가 더욱 신선하고 상큼해진다. 전어가 수족관 안에서 ‘날뛰다’ 죽으면 전어구이를 한다. 살아 있는 것은 회를 쳐 먹어야 하기에 구이는 죽은 것으로 한다. 추어탕집 미꾸라지 튀김도 죽은 것들을 먼저 건져 올려 튀긴다.      


식재료에 양념 칠을 한다거나 튀김옷을 입혀 튀기는 것은 내용물이 신선에서 점점 멀어진 것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굴전 역시 신선한 굴보다는 날짜가 조금 지난 것을 사용하지 싶다. 신선한 굴로 굴전을 부치면 왠지 아깝단 생각이 들듯 하다.      


서울 시내서 굴전 잘 부치기로는 중구 다동의 ‘인천집’을 손꼽는다. 50년 전통을 가진 노포인지라 손맛이 웅숭깊다. 생굴도 팔고 굴전, 제육굴보쌈도 있다. 근처에 대형 전집이 진을 치고 있어도 단골들은 이 집 굴전 맛을 최고로 친다.      


점심엔 조개칼국수, 떡만둣국, 비빔국수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직장인들로 붐비고 저녁엔 푸짐한 제육굴보쌈, 굴전, 파전 등으로 술 한잔 하는 주객들로 떠들썩하다. 점포 내부가 비좁아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하는데 요즘 같은 코로나 정국에서는 피해야 할 상황이다.       

   

제육과 보쌈김치만 나오는 보쌈은 금호동 금남시장 ‘은성보쌈’을 쳐주지만 굴보쌈은 영등포구 당산동 ‘이조보쌈’이 유명하다. 굴을 먹지 않는다는 한 여름에도 대기를 해야 할 정도다. 이조보쌈은 싱싱한 굴에 잘 담근 보쌈김치, 그리고 부위가 골고루 나오는 삼겹보쌈의 조합이 좋다. 게다가 콤콤한 제법 진한 향이 나는 청국장까지 제공돼 마니아층이 제법 두터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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