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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소 내장 부위

금호동 ‘먹거리돌소곱창’·사당동 ‘우리황소곱창’

소 곱창 전문점에 들어서면 메뉴판에 곱창 이외 부산물 명칭이 즐비하다. 말 그대로 그냥 곱창 먹으러 왔는데 메뉴판에 ‘창’자 돌림들이 즐비해 가끔은 결정 장애를 불러일으킨다. 양고기도 아니고 양지도 아닌 양이 있는가 하면 곱창, 막창, 대창 등에 간, 처녑이 빠지지 않고 메뉴판을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곱창 전문점에는 결정 장애를 해소하는 모둠곱창 메뉴가 거의 준비돼 있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소 부산물


소, 돼지 같은 가축이 도축장을 거치면 도체라고 한다. 부산물은 도체에서 정육(正肉), 즉 살코기를 제외한 모든 부위를 말한다. 도축장에서 가축이 도축된 후 지육으로 가공되는 과정에서 부산물이 1차로 발생한다. 지육(枝肉)은 도축 후 머리, 내장, 족을 잘라내고 각을 뜨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육가공장에서 지육이 정육으로 가공될 때 부산물이 또 한 번 나온다. 도축장과 육가공장 부산물을 각각 1차, 2차 부산물이라고 한다. 1차로 머리, 내장, 족을 잘라낸 후 나오는 2차 부산물에는 주로 뼈와 지방이 포함된다.      

뼈는 다시 부위별로 사골, 등뼈, 잡뼈 등으로 나뉜다. 지방은 식용과 비식용으로 구분돼 모아진다. 소꼬리는 일반적으로 2차 부산물로 분류되지만 일부는 도축장에서 절단을 해버리기 때문에 1차 부산물로 취급되기도 한다. 이들 외에도 소는 우설, 곤자소니, 도가니, 선지 등이 주요 부산물로 취급되고 가죽, 발굽, 뿔, 털 등도 부산물 범주에 들어간다.        


우설은 소의 혀로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이다. 육회집이나 곱창집의 서브 메뉴로 많이 팔리고 있다. 곤자소니는 소의 대창 부위를 말하며 조선 숙종 때 지어진 ‘진연의궤’에는 곤자손(昆者手)이라고 기록돼 있다. 소 내장 가장 끝 부분인 막창 부위에 있는 기름기 많은 부위다. 곤(昆)은 끝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곰탕을 끓일 때 넣거나 찜요리로 해 먹는다.        


염통은 소의 심장 부위로 육질이 쫄깃하면서 연하고 잡냄새가 적다. 콩팥은 신장 부위로 특유의 냄새가 나서 양념을 더해 요리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도가니는 무릎뼈와 발목 연골 주변을 감싸고 있는 물렁뼈 부위를 말한다. 쇠꼬리와 함께 찜이나 탕을 끓여 먹는다. 소머리는 운동량이 많아 육질은 질기지만 맛이 진해 푹 고와서 육수를 내고 고기는 수육이나 소머리국밥에 넣어 먹는다.       


소 내장 중 위는 어떤 것이 있나


1차 부산물로 나온 내장은 부위와 색에 나뉜다. 그중 위는 1~4번 위까지 총 네 개가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사진출처=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APEX]

1차 부산물로 나온 내장은 부위에 따라 각각의 이름이 있다. 그래서 종류가 많고 성질과 식감도 이질적이다. 내장 구분은 일반적으로 눈에 보이는 색에 따라 백내장과 적내장으로 구분한다. 백내장은 위와 창자, 적내장은 백내장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인 간, 허파, 심장, 신장 등을 말한다.      


소의 소화기관은 입부터 식도, 위, 소장, 대장 그리고 항문으로 구성돼 있다. 백내장 부위인 위는 4개로 구성돼 있다. 제1위와 제2위는 반추위다. 반추(反芻)는 위가 여럿인 반추동물이 사료를 되새김질하는 것을 의미한다. 입자가 큰 사료를 일단 삼켰다가 다시 입으로 보내 씹은 후 제3위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1번 위를 흔히 양이라고 한다. 전체 위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큰데 이는 저장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침에 소화효소가 없는 것도 큰 이유다. 먹이사슬 하위인 초식동물로서는 빨리 많은 양을 먹고 저장하는 것이 육식동물로부터 노출을 피하는 생존의 미덕이다. 양에는 200리터가량 먹이를 10시간 정도 저장할 수 있다. 양은 짙은 갈색 융기들이 굵은 털처럼 발달해 있다.      


양을 받치고 있는 단단한 근육조직을 깃머리 또는 양깃머리라고 하는 데 쫄깃해서 씹는 맛이 있다. 기름기가 거의 없어서 담백하다. 구이, 전골, 볶음, 탕 등의 요리에 이용한다. 양은 근조직이 두꺼운 부분을 특양이란 이름으로 별도로 이름 붙여 가격을 더 받기도 한다. 사료를 먹인 소보다 목축한 소의 양이 크고 식감이 좋다고 알려졌다.      


2번 위는 벌집양이라고 하는데, 조직이 벌집 모양을 하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1번 위에 저장한 풀이 부패하지 않도록 발효를 담당하는 곳이다. 또 철사, 못 등 비교적 큰 이물질이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소 위 중에서 가장 작다. 양과 마찬가지로 소금과 밀가루를 이용해 비벼 씻은 후 껍질을 벗겨내 사용한다.         


3번 위는 겹주름위 또는 처녑(천엽)이라고 부른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는 처녑과 천엽 모두  ‘소나 양 따위의 반추 동물의 겹주름위. 잎 모양의 많은 얇은 조각이 있다’고 표기하고 있다. 모두 바른말이란 의미다. 손질하는 데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거의 해 먹질 않는 부위다. 양·대창, 곱창전문점에서 소의 생간과 함께 서비스로 많이들 내온다.       


4번 위는 일반 동물의 위와 같은 작용을 해 진위라고 한다. 식용에서는 붉은 색을 띠고 있어 홍창, 위의 마지막이란 뜻으로 막창이라 부른다. 소 한 마리에서 약 400g 정도 소량 생산되며 쫄깃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위 다음 이어지는 창자 부위는?

곱창(좌측)과 대창. 곱창의 안쪽에는 곱, 대창은 바깥쪽 내장지방을 살리기 위해 뒤집은 것이다.

흔히 말하는 곱창은 소의 작은 창자, 소장을 말한다. 튜브 모양으로 콜라겐, 엘라스틴과 같은 탄력섬유가 많다. 곱창 맛의 핵심은 곱에 있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 소장 벽에서 나오는 소화액이라고 한다. 곱의 양에 따라 곱창의 등급과 가격이 결정될 정도로 곱창의 기준이 된다. 소 곱창은 주로 곱창구이나 전골을 해 먹는다.    

  

곱이란 단어는 여러 뜻이 있는데 상태는 비슷하다. 부스럼이나 헌데에 끼는 고름 모양의 물질, 눈에서 나오는 진득진득한 액이나 그것이 말라붙은 것, 지방 또는 그것이 엉겨 굳어진 것이 곱이다.      


곱창은 철분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살코기에 비해 저렴한 데다 식감도 독특해서 인기가 좋다. ‘동의보감’에는 곱창을 ‘정력과 기운을 돋우고 비장과 위를 튼튼히 해준다. 오장을 보호하고 어지럼증(혈압)을 다스리는 효능이 있다’ 적고 있다. 알코올 분해력이 좋아 술안주로 많이 사랑받고 있다.      


대창은 말 그대로 큰창자다. 양·대창전문점이라고 간판을 단 식당이 있는데 양과 대창은 부위로는 어울리지 않지만 조화를 맞추기 위해 조합한 것이다. 양은 소의 첫 번째 위로 지방이 거의 없는 담백한 맛이지만 대창은 내장지방이 잔뜩 낀 기름진 부위다. 그래서 둘을 묶어 식감 밸런스를 맞췄다.      


대창의 지방은 곱창의 곱과는 완전히 다른 성질의 것으로 적당히 먹어야 하는 부위다. 우리가 먹는 대창은 겉과 속이 뒤집어진 형태이다. 쉽게 말해 원래 모양에서 양말 뒤집듯 뒤집어 내놓는 것인데, 지방을 마치 곱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노림수가 아닐까 한다. 지방을 모두 걷어 내면 얄팍한 조직만 남기 때문이다.      


모자 운영 곱창집 ‘먹거리돌소곱창’·‘우리황소곱창’


사당동 먹자골목 끄트머리에 위치한 ‘우리황소곱창’의 곱창구이와 곱창전골(좌측 상하)과 금호역과 금남시장 중간에 위치한 ‘먹거리돌소곱창’의 곱창구이와 간·처녑

최근 필자는 두 곳의 곱창집을 찾았다. 두 곳 다 공교롭게도 모자(母子)가 운영하는 곳이다. 어머니는 주방에서, 아들은 홀을 담당하는 것과 한우곱창을 취급하는 것도 닮았다. 먼저 사당동 14번 출구 쪽 먹자골목 끄트머리에 있는 ‘우리황소곱창’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황 때 찾은 터라 손님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한 자리에서 곱창구이로 1차, 2차로 곱창전골을 시켜서 매출에 기여(?)했다. 배는 불렀지만 맛이 포만을 제압했다. 많은 식객들이 외치는 ‘곱창이 정답이다’란 말이 정답이란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 식당은 더덕곱창을 메뉴판에 가장 첫 줄에 세우고 있다. 들기름에 구우면 맛있는 더덕을 소 내장기름에 구워 먹는 것이니 식감은 비슷하지만 더덕향이 곱창의 느끼함을 일정 잡아 줄 것으로 보인다.(이날은 더덕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옆 자리 주문을 통해 알았다.)     


곱창전골까지 먹자니 곁들인 알코올 양이 제법 된다. 곱창을 안주 삼으면 위험한 이유다. 9시가 되기 전 일어나 나가자니 주방에 있던 어머니가 나와 문밖까지 배웅하신다. 모자가 친절함이 몸에 뱄다.      


이틀 후 필자 어머니와 함께 금호동에 있는 ‘먹거리돌소곱창’에 들렀다. 시장을 다녀오시는 어머니께 소곱창 드시겠냐고 하니 크게 반기신다. 문을 열자마자 첫 손님으로 들어가 3인분을 시켰다. 이 식당은 소양구이를 메뉴판 첫 줄에 배치시켰다. 양을 시키자 노인 분이 씹기는 질기다며 주문을 달리 유도한다. 가장 비싼 메뉴를 안 팔고 다른 걸 팔겠다니 장삿속은 영점이지만 인성은 만점이다.               


서비스로 내준 간·처녑이 싱싱하고 쫄깃하다. 참기름도 맛있어서 오랜만에 생간과 함께 고소함을 만끽했다. 처녑도 손질이 깨끗해서 근간에 광장시장 육회골목서 먹어 본 간·처녑과 비교됐다.           


젓갈로 무친 부추무침은 생것이나 구이에 섞어 볶아 먹으나 맛이 일품이다. 단순한 레시피지만 맛의 조화를 생각한 부분이다. 사실 부추무침 한 가지만으로도 곱창집의 내공을 읽을 수 있다. 그만큼 부추와 곱창은 궁합이 좋은 음식이다. 이 식당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김치다. 세로로 잘게 찢어서 내오는 정성이 담긴 김치는 보기에도 먹기도 참 좋다. 곱창은 이런저런 이유로 뒤돌아서면 생각나는 메뉴다. 어쩔 수 없는 육식의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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