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객 만족시키고 퍼주는 곳ㆍ레트로 감성 있는 곳 인기
서울대입구 샤로수길 초입 ‘우리가참순대’
서울과 경기도 부천 경계 ‘해성정육식당’
서해 가까운 청라호수공원 근처 ‘우사미’
서울역 뒤 숙대입구 ‘쌍대포소금구이본점’
왁자지껄한 모임이 그리운 세상이다. 예닐곱 명씩 몰려가 두 테이블을 붙이고 앉아, 수다 떨고 건배사를 외치며 잔을 부딪치던 시대가 새삼 그리워진다. 4인 이상 식당에 가지도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속에 살다 보니 별게 다 그립다. 설령 4인 이상 간다 하더라도 멀찌감치 떨어져 서로 아는 체하면 안 되는 비현실적인 광경을 목도하며 살고 있다.
식당은 여럿이 가야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하는 게 아쉽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외식업이 조금씩 정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시간제한이 가장 큰 제약이지만 코로나19가 창궐 초기 오후 9시까지였던 영업시간이 한 시간 늘어난 것도 식당 측으로선 감지덕지다. 이번 칼럼은 그런 그리움을 담고 다녔던 맛집과 맛있는 음식들을 소개한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특유의 ‘장사력’ 개인기가 돋보이는 식당들이다.
‘우리가참순대’는 순대와 시래기 조합이 좋은 곳이다. 어른 취향인 듯 하지만 서울대입구역 인근이라 젊은 식객도 많다. 한마디로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방송에 맛집과 봉사 잘하는 식당으로 소개되면서 피크시간대 대기줄이 길어졌다. 당면 대신 시래기를 잘게 다져서 넣은 순대로 유명세를 탔다. 물론 시래기를 통째로 넣은 시래기순댓국도 인기다. 안주용 씨락순대만 시켜도 시래기를 함께 내온다.
순대에 시래기를 넣은 것은 당면을 싫어하는 이규엽 대표 개인적인 기호 때문이다. 당면을 대신할 것을 찾다가 건강과 맛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시래기를 선택했다. 시래기의 구수한 맛이 돼지 잡내를 잡아주면서 식감도 좋다는 것이 이 대표 설명이다.
또 갖은 견과류를 넣어 고소한 맛을 더했다. 순대에 21가지 식재료가 들어가다 보니 다양한 식감이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낸다. 저작감이 좋은 돼지 소창을 이용해 순대를 만든다. 순댓국은 순대도 중요하지만 육수도 한 축이다. 사골 뼈를 이용해 진하게 육수를 빼는데, 입술이 달라붙을 정도다. 이 식당 최대 장점은 잡내 없는 순대와 육수다. 정갈하게 썰어 내오는 머리고기도 인기 메뉴다.
제주산 돼지를 이용한 수육도 인기가 좋다. 이 대표는 조만간 제주행 비행기를 탈 예정인데, 이유는 제주산 돼지 수급 안정을 위해 거래처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최근 들어 포장과 배달판매가 늘어나면서 물량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주 돼지를 판매하기 때문에 주류도 ‘한라산’을 비치해 궁합을 맞췄다.
이 대표 아들은 순대공장을 맡았고 딸은 신림동에서 ‘정남옥’이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외식가족이다. 정남옥은 한자로 ‘情濫屋’인데, 정이 넘치는 식당이란 뜻이다. 유난히 정을 강조할 정도로 이들 외식가족은 봉사에 남다른 유전자가 있다.
이 대표는 한국시민자원봉사회에서 활동하면서 물품 후원, 음식 지원 등 왕성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도 IMF 때 사업을 망하고 어려움을 겪어봤기 때문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순댓국은 단순한 맛을 뛰어넘어 정을 느낄 수 있는 한 끼 식사란 소리를 듣고 있다.
서울에서 경기도 부천 경계인 신월 인터체인지 근처에 위치한 ‘해성정육식당’은 질 좋은 고기를 가성비 있게 제공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택시 가스충전소기 근처에 있어서 택시기사들 사이에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있는 식당이다. 전국 맛집은 사실상 택시기사들이 꿰차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인정받은 집은 신뢰가 간다.
한 끼 식사로는 한우국밥과 육회비빔밥이 인기가 좋다. 특히 차돌된장찌개, 제육볶음, 돼지불백, 냉면을 6000원에 제공하고 있어서 기사들은 물론 일반 식객들도 즐겨 찾는다. 대로변 넓은 주차장도 기사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중요 요소다.
정해란 대표는 유명 식당을 두루 거친 수준급 요리 실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그래서 식사 가격 대비 제공되는 밑반찬 수준이 상당히 고급이다. 셀프코너에서 밥과 반찬을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이 집 인심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등심, 살치살, 차돌박이, 육회 등 소고기는 한우를 사용하고 삼겹살, 갈매기살, 가브리살, 항정살, 갈비 등 돼지고기도 다양한 부위를 구이로 판매한다. 한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볼 수 있어서 가족단위 외식하기 좋은 곳이다. 서울과 접해있는 곳이라 주말이면 서울 손님들이 북적인다.
‘해성정육식당’서 인천 방향으로 직진하면 청라지구가 나온다. 청라호수공원 주변은 수많은 아파트 베드타운이 형성돼 있고 중간에 식당가가 십여 곳 형성돼 있다. 그중 심곡천과 포리공원을 접한 식당가에 위치한 우사미는 코로나19로 고전하던 지난해 초 과감하게 음식 가격을 대폭 내렸다.
유민수 대표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감해준 만큼 식대를 내리는 선순환 가격정책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지금도 포장가격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돼지갈비 2인분을 포장주문하면 5인분을 싸준다. 가격으로는 7만5000원 짜리를 2만8000원에 주는 셈이다. 그래서 ‘우사미’를 손님들이나 종업원들은 ‘우리 사장님이 미쳤어요’의 준말이라고 한다. 유 대표는 ‘우리 사장 미남’의 준말이라고 하지만 ‘미친 가격’이 틀림없다.
유 대표는 내부고객이 행복해야 손님들이 행복하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19 전 24시간 운영하던 인력을 현재도 고스란히 안고 가고 있다.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외려 성과에 대한 보상 체계를 높였다. 그리고 손님들에 대한 서비스 재량권을 줘서 종업원들이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손님맞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창업을 위해 식당을 배우고 싶다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등 청년창업 멘토도 자임하고 있다.
소고기보신탕, 옛날맛불고기, 명품소갈비찜 등 기발한 네이밍으로 밋밋할 것 같았던 메뉴의 맛을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소고기보신탕이 대 히트를 쳤고 옛날맛불고기의 경우 부드러운 육질과 달달한 육수가 어우러져 연신 젓가락질을 하게 만든다.
유 대표는 외식업계서는 음식 실력과 마케팅 능력을 겸비한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 특유의 친화력과 아이디어로 ‘착한 건물주’를 화제로 만들었고 이들 다시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등 ‘우사미’를 ‘우리 사장 미담제조기’로 만들었다.
서울역 뒷길을 흔히 서부역이라고 한다. 철길을 기준으로 서쪽에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서부역에서 한강 쪽 방향은 청파로라는 도로가 있고 숙명여대로 우회전해서 들어가기 직전에 옛날 감성 충만한 통술집인 ‘쌍대포소금구이본점’이 있다.
이 집 역시 독특한 이름의 ‘특삼겹너덜이’가 주력 메뉴인데, 한정판매라고 써 붙여놔서 식객들 입맛을 한껏 당긴다. 너덜이는 돼지 갈빗대 1~5번 늑골에 붙어 있는 삼겹살을 의미하는 것인데, 정식 명칭은 아니다. 다만 일반 삼겹보다 육즙과 풍미가 더 나은 고기를 제공하면서 독특한 네이밍을 붙여 흥미를 유발하면서 먹는 재미를 주는 것이다.
이 집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슴슴한 맛의 옅은 맛간장 베이스에 담은 깻잎이다. 깻잎 향은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 달짝지근한 간장 맛이 뒤따라오는 깻잎이 구운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식당 내부가 마치 1970년대 선술집 같은 분위기여서 레트로 감성을 즐기길 원한다면 추천할만한 곳이다. 다만 삼겹너덜과 일반 삼겹의 풍미 차이가 제법 되기 때문에 너덜이를 맛보고 싶다면 조금 일찍 방문해야 한다. 열댓 명 씩 모여 떠들썩하게 마음 편히 회식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