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CON Dec 09. 2016

보도블록 09 비아그라들의 7시간은 탄핵될까?

세월호 7시간에 목숨 건 비아그라들을 추적해봤다.

지난 12월 6일,

JTBC 손석희 옹의 뉴스룸에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 출연했다.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으로 쪼개진 상태. 황영철은 탄핵에 동참하는 비박계 모임의 대변인이다. 나는 '비박계'라는 말 자체가 개돼지를 현혹시키는 '이름'이라고 본다. 그들은 박근혜의 반대자들이 아니라 박근혜에 대한 지지를 거둔 자들, 선거에서 더 이상 박근혜 효과를 보지 않기로 결심한 자들이다. 배(신)박이라는 훨씬 더 근사한 표현을 놔두고 웬 비박?

TV 앞에 앉은 내가 이 자를 씹어먹을 듯이 노려봤을까? 그렇지는 않다. 나도 나름 실용주의자라서 지금은 배박계를 이용할 때라는 데 동의한다. 특히 손석희 옹과 9분여간 대화를 나눈 황영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합리적 측면에 입각해 인터뷰했다. 박근혜를 배신한 그들의 선택은 적어도 '상식'적이다. 최태민 일가에 부역한 대통령이라는 정체가 드러난 마당에 이정현처럼 밑도 끝도 없이 지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테니.(뇌를 따로 떼어내 냉장고에 두고 다니는 식이라면 몰라도) 황영철은 비박계가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확약해줬다. 인증샷을 찍는 방법까지 검토 중이라고. 투표소에 들어가 기표한 용지를 스마트폰으로 찍어두기. 탄핵안이 가결되면 공개를 안 해도 되지만, 부결되면 공개해 목숨을 부지한다. 좋은 전략이다. 믿을 만한 사람으로 보였다. 다음 날 뉴스를 보기 전까지는.





반나절(12시간)만에 말을 바꿨다.

뭐야? 또 낚인 거야? 또 개돼지 취급을 당한 건가.





종편 시청률 10퍼센트는 지상파로 환원하면 40~50퍼센트에 해당하는 시청률이라고 생각하는데 황영철은

1. 세월호 7시간을 빼고
2. 문재인을 죽이자


는 소중한 입장을 그 거대한 스피커 앞에서 밝히지 않았다. 세월호 앞에 도착한 123정장처럼 깜박한 걸까? 





아니면 뉴스룸 출연 후 입장을 바꾼 걸까?



 


어찌된 일인지는 나도 당신만큼 모르겠지만, 혹시 저게 박근혜 측의 마지막 비공식 입장은 아니었을까? 박근혜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을 헬조선 축사로 개조해 국민을 개돼지로 치는 기득권 세력의 최후통첩.

탄핵 표결 처리는 막지 않겠다, 세월호 7시간만 빼라, 그렇지 않으면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 기관을 총동원해 톡톡히 망신을 주겠다.





세월호 7시간, 혹은 박근혜 7시간.

또는 500여 명의 사람이 침몰하는 배에서 구조를 기다린 피의 7시간. 수많은 사람들이 법과 제도와 언론과 집회와 단식을 동원해 밝히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간 비밀의 7시간. '그것이 알고 싶다'도 세월호 7시간 앞에서 튕겨나가는 걸 보면서 나는 우리가 박근혜와 싸우는 게 아니라, 박근혜라는 이름에 집약된 기득권 세력과 싸우는 중이란 걸 알았다. 우리는 박근혜가 7시간 동안 뭘 했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기득권 세력은 그렇지 않다고, (개돼지들에겐) 그런 걸 알 권리가 없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국가 기관을 총동원해 막는 중이라고. 그들은 최종적으로, 그 판단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는 걸 사력을 다해 막은 것이다. 황영철이 보여준 반나절만의 변절. 국가 시스템을 장악하고 지배해온 비아그라들에게 세월호 7시간은 어떤 의미였을까?





박근혜가 미용사를 불러 올림머리를 한 사실을 국민이 아는 건 국가안보의 심각한 위협이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누님이 그 시각 올림머리를 했다는 사실을.





양아치처럼 보이는 박근혜 변호사도 힌트를 줬다.





국민이 질문을 던질 때마다 방패처럼 떠오르는 유체이탈 화법. 박근혜는 여자가 아니라고 주장한 사람도 없고,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갖지 말라고 강요한 사람도 없는데 튀어나오는 안드로메다어.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도 기득권 세력에 충성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머리해도 돼요.

개돼지들이 물에 빠져 죽든 말든, 누가 세월호 타래요?





하지만 기득권 세력의 모범답안은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김기춘이 제출한 바 있다.

밝힐 수 없다.
국가 안보라는 핑계를 댈 필요도 없이, 대통령에게도 사생활이 필요하다는 변명을 할 필요도 없이 그냥 밝힐 수 없다.
우리가 밝히길 거부하면 개돼지인 너희들은 알 필요 없다.





'세월호 7시간'이라는 기호가 쪼개버린 두 개의 관점. 우리는 '세월호 7시간'이란 질문을 통해 304명의 비참한 죽음에 연루된 국가의 책임을 묻는데 그들은 2014년 4월 16일의 '7시간'만 따진다. 자기들 머릿속엔 304명이 무참히 죽어간 사실이 입력되어 있지 않다는 자백.





필요하면 얼마든지 살처분 가능한 개돼지처럼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 시스템을 장악해 왔음에도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신념.

 




분노한 민심에 떠밀려 발의된 탄핵소추안에서 "세월호 7시간"을 빼라는 그들의 주문은, 304명 정도의 국민은 쉽사리 죽일 수 있는 권리가 자기들에게 있다는 무의식적 선언이 아니었을까.





민주당으로부터 "합리적 보수"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 대표가 말했다.






국회의원은 개별적 '헌법기관'이고 투표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가결시키든 부결시키든 그건 개돼지의 몫이 아니라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자유라고.






그의 발언이야말로 헌법을 수호하는 정치인의 소신 같다. 세월호 7시간을 멋지게 요리해온 기득권의 주장처럼. 사람들이 죽어가던 7시간, 자기만의 세계로 잠적한 박근혜의 행적이 "범죄"일까?(탄핵소추안에 반대표를 행사하는 게 "범죄"일까?) 기소권을 독점한 검사나, 판결권을 독점한 판사들은 용서해선 안 된다고 요구하는 개돼지들 앞에서 난색을 표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행위를 벌할 형법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대통령은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경구처럼. 우리는 어떠한 이유로도 대통령을 단죄할 수 없을 신분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저들의 언어엔 그런 고약한 힘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박근혜에 대한 배신을 교묘히 감추는 "비박"이란 용어처럼. 기득권 이득에 반하는 모든 행위 주체에 갖다 붙이는 종북, 좌파, 빨갱이란 낙인처럼. 이런 낙인이 찍힌 자들은 마땅히 개돼지로 다스려야 한다는 신분제의 공고화.

나는 대통령,
나는 국회의원,
나는 검사,
나는 판사,
나는 총리,
나는 비서실장,
나는 우병우
나는 재벌,
우리는 열외,
종북, 좌파, 빨갱이인 너희는 노예.


304명은 개돼지니까 죽어도 되고, 박근혜는 대통령이라서 7시간을 사라져도 되며, 개돼지는 230만 명이 광장에 나와도 소용없고, 나는 국회의원이라서 헌법을 유린한 박근혜와 최순실을 위한 투표를 해도 된다는, 초월적 신분제의 완성.





이번 탄핵 국면에서 정말 신기한 건 아무도 재신임 투표를 거론하지 않았다는 것.




3주 연속 5퍼센트 이하.

지난번에는 20대 지지율이 제로, 이번에는 30대 지지율이 제로.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지도 않고, 대통령을 제거할 권리도 주지 않았으니, 탄핵소추권이 있는 국회의원을 압박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헌법기관임을 자임한 정진석은 의도적으로 그 원인, 그 요인, 분노를 촉발시킨 탄핵 사유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것이다. 304명이 죽어간 사실을 '인지'하길 거부하는 기득권 세력처럼. 신분제에 고착된 사고는 자퇴(된장)인지 퇴학(똥)인지 구분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자퇴는 학교를 그만두는 게 자기 마음이다. 권위에 대한 반발로 그만두는 것도 가능하다. 서태지가 '교실이데아'에서 노래했듯 기득권 설계도대로 개조되느니 '나만의 방식'을 찾아 떠나는 선택일 수도 있다. 그만큼 자의적인 행위이지만 퇴학은, 교실에 두면 다른 학생까지 썩힐 충치를 뽑아내겠다는 초강력 조치다.(학교가 퇴학이란 조치를 앞두고 머뭇거리는 건 반교육적 조치란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둘러야 하는 게 퇴학이란 조치다. 다른 남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3차 담화문은 하야 선언이 아니었다. 헌법을 뜯어고쳐 임기를 4년으로 단축해 명예 졸업하겠다는 암수였다. 만약 그게 한광옥 비서실장의 주장대로 '조기' 하야 선언이 맞다면 왜 지금 당장 못 하나? 문재인 원래 대통령이 탄핵안이 가결되면 "즉각 퇴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동네 쪽팔려서 못 살겠으니 똥고집 그만 부리고 꺼져달라는 주문이다.

학사에, 박사에, 민주당으로부터 "합리적"이라는 평가까지 받은 정진석이 하루가 멀다 하고 진의를 왜곡해 최순실 홍위병들을 선동한다. 자기들이 4월에 퇴진하라고 하는 건 합헌이고 국민이 내일 당장 꺼지라고 요구하는 건 반헌법? 국민을 대의하라고 표를 줬더니 박근혜와 최순실을 대리하고 자빠진 정진석을, 헌법 1조 2항에 주어로 등장하는 우리가 처벌할 수 있을까? 당신이 분노하는 그만큼 우리는 정진석들을 단죄할 수 없다. 박근혜를 몰아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길라임은 쫓겨나도 가슴에 금배지를 훈장처럼 단 정진석들은, 국회에서 발기가 7시간 지속 가능한 비아그라들을 계속해서 처먹을 것이므로. 어쩌면 그것이, 당신이 촛불을 들어야 할 진짜 이유인지도 모른다.





아내는 부결, 나는 가결에 만 원 걸었다. 가결될 경우 아내는 210표, 나는 275표라는 압도적 찬성에 만 원 걸었다.(나의 분노는 터무니없이 낙관적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에 넘어가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관두기 직전인 1월 안에 "인용"될 거라는 데 또 만 원을 걸겠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들고 있을 피켓 문구도 정했다.

7분이면 충분하다.


너희들이 나라를 말아먹기로 작정한 걸 철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작가의 이전글 보도블록 08 비아그라들은 탄핵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