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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진 Feb 09. 2024

내가 기다리는 거야 내가 원하는 것지 뭐.

실직과 명절 노동력 세트로 괴롭네. 

20240207 / 7:1-21


묵상

‘종은 저녁 그늘을 몹시 바라고 품꾼은 그의 삯을 기다리나니(욥 7:2)’


욥의 절망과 항변이 본문에 빼곡하다. 그리고 그의 절망과 항변이 사실 인간인 나는 무척 정당하다고 느껴진다.

오히려 여기서 부당한 것은 하나님 아닌가?

대체 왜 욥이 뭘 어쨌다고 바라는 것이 자신이 소멸해 버리기를 바래야 할 지경까지 온 건가


하나님의 의도를 알아도 부당하다 느껴질 때가 많은데 의도를 모르니 얼마나 욥이 답답했을까?

이유만이라도 설명해줘봐. 제발.. ㅠ _ ㅠ 이런 심정이었을 거 같다.


욥이 자신의 절망을 표현하며 ‘종은 저녁 그늘을 몹시 바라고 품꾼은 그의 삯을 기다리나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날들이 쌓여가니 자신은 흙에 누워 남아 있지 아니하길 바란다. (21)

이런 현상만 보면 정말 안락사라도 당하는게 속 편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런게 오만인 거 같다.

있는게 절망 밖에 없어 보이는 상태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어떤 것이 피워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욥은 하나님과 함께니까, 


난 무엇을 그렇게 기다리나?


내가 어제부터 기다리는 것은 ‘엄마가 동생을 사랑하는데 나를 활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남편이 돈 벌어다주기를 기다린다. (그래야 내가 돈을 안벌어도 되므로…)

어제는 너무 짜증나서 저녁먹다 말고 엄마가 대일이 보내려는 음식을 하는데 내 노동력을 이용한다는 거에 화딱지가 나서 고릴라처럼 진짜 쿵쾅 쿵쾅 제자기에서 뛰었다.

이틀동안 내가 바라는 것이 채워지지 않은데다가 갑자기 2월까지 쓸 생활비는 있지만 중간에 취업해도 월급은 한 달 후에나 들어오는데? 그 사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드니까 너무 무서웠다. 

남편에게 쿠팡 일이라도 알바식으로 하라고 했다가 무시당했다. 

내 남편이 누구인가? 집에 쌀이 없어져가도 태평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때부터 나는 미친듯이 일자리를 알아보고 1시간 동안 이력서를 4군데에 넣었다.


그러고 한 템포 쉬려고 큐티를 하는데

 ‘내가 기다리는 것이 과연 하나님이 주고 싶은 것일까?’

 하는 질문이 떠오른다.


하나님은 과연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뭘 얻어가길 바라나?

동생한테 나누기 위해 내 노동력을 이용하지 않는 엄마? 

엄청나게 받아야 엄마한테 쥐꼬리만큼 하는게 아니라 평소 엄마를 챙기는 동생?

갑자기 남편이 월급 많이 주는 곳에 취업하는 거?

왠지 이런건 아닐 거 같다.

그럼 하나님은 내가 이 상황에서 뭘 기다리고 뭘 얻어가길 바라실까?

모르겠다. 욥만큼의 고난도 아니면서 절망과 항변만 하니 도통 모르겠다.


어쩌다 큐티하는데 아는 것도 없게 되어버렸는가.. ㅠ _ ㅠ 

난 하나님 뜻같은건 모르겠다. 욥이라고 나중에 하나님이 나타나서 설명하는데 완전 다 이해가 되었을까? 

하나님은 하나님이시고 자신은 사람이니 수긍할 수 밖에 없었을 거 같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은 하나님이시고 나는 잘 모르겠지만 몰라도 수긍해야 할 거 같다. 

우리 엄마도, 내 동생도, 태평성대 내 남편도, 그리고 이렇게 밖에 못하는 나도 말이다.


1.갑갑하니까 기도하기

2.내일 모두의 꼴을 보고 싶지 않지만 같이 앉아 떡국먹는 거


> 기도

하나님, 저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제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너무 화나고 무기력하고 짜증납니다. 이틀을 감정에 빠져 넋을 놓고 허비했네요. 이해가 안되고 모르는 거 투성이지만 받아들일 수 있는 제가 되길 기도합니다. 큐티도 기도도 개판오분전 엉망같지만 잘한 큐티는 뭐고 못한 큐티는 뭘까요? 그냥 있는 그대로 제 큐티를 받아들이길 기도합니다. 이 모든 말씀 제가 어떠해서 사랑한 것이 아닌 그냥 저란 존재를 사랑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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