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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by 소류

제가 사는 디에틀리콘(Dietlikon)이라는 곳에는 역 근처 소방서 앞에 2층짜리 난민이 사는 연립주택같은게 있어요.


거기에는 에리트레아,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 각 국의 난민들이 살고 있죠.


생각보다 괜찮나요?


난민은 심사를 거쳐 N 아니면 F 비자를 받게 되는데, N은 NOT을 의미합니다.

즉, 이 나라에서 인정 안 해주니 자국으로 돌아가라는 뜻입니다.

N 비자를 가지고 있으면 일자리도 못 구하고, 할 수 있는 게 제한되어 있어요.


그래서 그들은 F(Flüchtling의 약자) 난민비자를 받기 위해 끊임없이 입국관리국에 가서 재신청을 합니다.

N 비자 5년이면 F 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도 하더라구요.

F, 난민비자를 받게 되면 나라에서 모든 지원을 다 해줍니다.


독일어 학원에 가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코소보, 에리트레아 등 듣도 보도 못한 나라에서 탈출・도망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은 원체 유명하고 인원도 많구요.

저는 이런 나라에 대해 흥미가 많아서, 우리 아이 생일에 초대하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나서 커피도 마시며 친해졌어요.


그런데 점점 알아갈수록...
왜 난민을 꺼려하는지 알 것 같더라구요.


질서도 없고, 규칙도 없고, 길에서 바지 내리고 오줌 싸는 건 기본이고, 휴대폰 같은 물건을 훔쳐서 장물로 되파는 경우도 많고, 관공서 가서 생활비 달라고 때 쓰기도 합니다.


물론, 아주 간혹 열심히 살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주 간혹이고 생계를 책임져야 할 남자에 한해서입니다.

이들은 여러 나라를 거쳐 어렵게 스위스로 들어와서 나라에서 주는 생활보조금으로 생활을 누립니다.
집을 제공해 주고, 월세를 내주고, 보험비, 병원비, 용돈, 보육원비 할 거 없이 모두 다 나라에서 나옵니다.

그 모든게 세금이니 난민이 많아질수록 세금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겠죠.

친하게 지내는 아프가니스탄 여자는 디올지갑에 구찌가방을 가지고 다닙니다.
나는 디올은커녕 앤클라인도 없는데 말입니다.

나라에서는 난민들에게 공짜로 독일어학원도 보내줍니다.
인텐시브로 하면 한 달에 120만 원 넘는 곳을 공짜로 보내주고 일자리까지 알선해 줍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인드는 보통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남자들이 주로 가지고 있어요.

이런 남자들은 생존을 위해 언어를 금방 터득해야 하기 때문에 1년씩이나 학원에 다니지 않습니다.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4-5인 우리 가족만을 책임진다는 뜻이 아니라, 가족・친척・친지 해서 거의 한 50명 가까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직 자국에서 못 빠져나온 가족・친척을 불러 들어야 하는 의무감도 있거든요.

그래서 티브이에서 보면 주로 성인남자들이 먼저 탈출하는 걸 많이 볼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자리 잡아놓고 불러야 하니까요.


그런데 여자들은 좀 많이 다릅니다. 이네들은 공부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습니다.

아는 아프가니스탄 여자는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공부란 것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요령・습관이 전혀 안 잡혀 있어요. 심지어 동사 ・ 명사 이런 게 뭔지도 모르니 공부할 때 집중도 못하고, 문법이란 것도 생소합니다.

2,3년 그냥 멍 때리면서 다니기만 합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2,3년이나 다니니까 어느 정도 말은 하지만 문법 같은 건 전혀 없고, 눈치로 알아듣거나 우기기도 엄청 잘 우깁니다.


5년이나 10년을 살면서 본국나라 사람들을 어디서 어떻게 만나는지 정말 우루르 몰려다니면서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도와가며 IKEA주방 같은 일자리도 서로에게 소개해주며 독일어는 못해도 저보다 훨씬 더 잘 살아갑니다.
생존경쟁에서 탑인 사람들만 스위스로 넘어올 수 있었겠죠 아마...

친하다는 그 아프가니스탄 여자도 6살에 늙은이에게 팔려갔다가, 수면제 먹고 성폭행당하며 아주 힘들게 살다가 아버지 돌아가시고, 몰래 터키로 숨어 들어갔다가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거쳐 여기로 와 있습니다.
책이란 걸 펴 본 적도 없는 사람입니다.
스위스에 와서 공부란 걸 처음 해 보고 알파벳을 처음 봅니다.
그래서 이네들은 A0부터 시작합니다.
보통은 A1부터 시작인데 A0는 알파벳부터 배운다는 뜻입니다.

그럼 좀 감사한 줄 알고 열심히 살 생각은 안 하고

나라에서 돈을 이만큼밖에 안 준다느니
어디 갈 때, 뭐 할 때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느니
온통 불평불만뿐입니다.

그럼 네가 일해면 되지?라고 하니 죽어도 안할랍니다. 겁난답니다.

불만은 있으나 생활은 만족하나 봅니다.
그렇다고 본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죠.

제가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한 친구가 저에게 "어머!!! 너 비자문제 있어??? 너도 N 비자야???" 랍디다.


스위스에서 가족비자로 5년 살고, 6년째에는 스위스 여권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생깁니다.

전 그걸 눈앞에 놔두고 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전혀 아깝지 않아요.

한국이나 스위스 여권이나 저에게는 별반 차이 없으니까요.

그러면 이 난민들에게는 하늘이 노할 노릇이고 눈 뒤집힐 일입니다.
그 아까운걸 왜 안 받냐면서 난리납니다.

제가 뭐가 아쉬운 인간이라 스위스여권 받아서 좋을 게 있나요?
음... IS에게 잡혔을 때 스위스는 중립국이라 협상이 안되니 돌려보내주겠죠?
저에게 장점이라고는 그 정도뿐 일걸요.


난민들 역시 5년 이상의 거주하고, 범죄 기록 없고, 스위스의 주요 언어를 최소 A2, B1레벨로 구사하고 정착할 의사를 가지고 있으면 시민권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고 합니다.

제 일본인 친구 남편도 미얀마 난민 출신이고 현제는 스위스은행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집도 번듯한 걸 두채나 사서, 친구는 저에게 농담반 섞어서 말합니다.


"난민도 집 산다고~! 우리남편은 성공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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