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인가...?
위안부, 일제강점기 이런류의 책중에서 여태 읽은 것 중에 단연 톱은
곱게 자란 자식 - 이무기
이다.
아직 이걸 능가하는 책은 없다.
이 책,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200여 페이지 정도 분량이고 하루나 이틀이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다.
새끼제비의 관점도 아니고 3인칭 관찰자시점도 아니고 설명문도 아닌 것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의 전체적 느낌은 동화와도 같다.
존댓말인 것도 한몫하긴 하지만 중간중간에 나오는 추임새(아이코, 글쎄, -말이죠.) 이런 것들이 동화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읽으면서 차인표작가의 MBTI는 분명히 F일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찾아보니 F 맞더라ㅋㅋㅋ)
역시 소설은 F가 써야 한다.
그래야 마음찡 눈물찔끔을 유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감수성 풍부한 독자라면 이 책에서 몇 차례 눈시울이 붉힐 만한 포인트를 만나게 될 것이다.
특히 순이와 용이의 애달픔이 그러할 것이다.
백두산 부근 호랑이 마을에 사는 순이,
백호 잡겠다고 멀리서 온 용이,
순이보고 한눈에 반한 가즈오,
가즈오는 정말로 순이가 위안부에 끌려가면 만신창이가 될 거라고 생각했을까.
위안부라는 게 전쟁 때 군인을 위해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부리는 건데 이걸 군인들은 뭐랄까... 자기들의 노고에 나라에서 주는 보상이라 생각하고 당연히 여기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안부라는 게 일본에서만 한 것도 아니고, 전쟁을 일으켰던 모든 나라에서 있었던 것이기에..
그런데
위안부 = 만신창이 = 그래서 순이를 구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나? 게다가 일본장교가?
사실 여기서 좀 안 와닿았다.
순이와 특별한 서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지 혼자 한눈에 반한 것뿐인데 말이다.
순이가 끌려가는 것이 가엾다 안쓰럽다 이 정도면 몰라도 목숨을 걸고 구하러 간다고?
흠... 이래서 나는 결코 F가 될 수 없는 건가 ㅠㅠ
그리고 인구조사의 부분에서는 역시 조선은 당시 너무 미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애굽하던 시대에도 인구조사(민수기)를 했는데 조선은 1900년대에 인구조사? 그게 뭐지? 이러고 있으니...
이 책뿐 아니라 일제강점기를 다룬 거의 모든 책에 일본이 조선에게 뭔가 요구하거나 제공하면
거의 대부분의 조선인들 반응은 이게 뭐지? 무슨 말이지? 이런 반응이었다는 거다.
당시 조선은 지식면, 청결면, 시설면 모든 것이 너무너무 뒤떨어져있었다.
여기서 나오는 용이는 곱게 자란 자식의 계춘이를 떠오르게 했다.
일본막사에 용이가 쳐들어왔다는 정보 역시나 조선인 장포수에 의해서 까발려진다.
심지어 친절하게도 용이가 숨어있을 법한 움막까지 술술 불어 준다.
곱게 자란 자식에서도 박출세라던지 청승댁이라던지 일본의 앞잡이짓을 하면서 연맹하는 조선인들이 있었는데
역시나다.
순이델고 도망가다 죽임을 당하는 용이 (결국 반전은 있지만)
순이를 구하려다 죽임을 당하는 가즈오
장정 두 명이 여자하나 때문에 죽었다.
아니구나.
순이 끌려가는 거 항의했다가 개죽음당한 훌쩍이까지하면 순이 때문에 세명이나 죽었....
이 책은 재미나 감동의 문제를 떠나 차인표 작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었다.
맑고 깨끗하고 투명하고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유퀴즈에서 토크하는 것도 너무 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인표작가님 동화를 쓰세요. 잘 쓰실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