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개인전, Curtain
초록색 슬레이트 지붕 위에 단정하게 내려앉은 햇빛,
인적 없이 조용한 이곳에 낯익은 리듬이 찾아온다.
쿵...쿵.쿵.쿵....쿵...쿵.쿵.쿵....
마치 심박수 그래프처럼 유쾌하게 흐르는 슬레이트 그림자,
혹은 도톰하고 까만 선.
면과 선의 경계에서 친숙한 리듬이 끝없이 펼쳐진다.
쿵...쿵.쿵.쿵....쿵...쿵.쿵.쿵....
슬레이트 면은 가는 붓으로 수없이 칠해졌다.
마치 실타래 같다.
가는 실이 돌돌 말린 실타래의 적당한 까끌함과 포근함,
그리고 따뜻한 색감
이 다정한 풍경 앞에서 조금은 설레어 보아도 괜찮겠지.
쿵...쿵.쿵.쿵....쿵...쿵.쿵.쿵....
슬레이트의 칸칸마다 생김새가 다 다르다.
마치 손으로 짠 스웨터의 조직처럼
칸칸의 생김새가, 굴곡 진 모양이 다 다르다.
미세한 변주는 화면에 생기를 주지만
쉽게 눈에 포착되지는 않고
다만 다정한 리듬을 들려줄 뿐이다.
밟고 올라가면 피아노 소리가 날 것만 같은 계단
띵.동.... 띵.동.... 띵.띵.띵.띵.띵....동....
하얀 햇빛 위에 푸른 그림자가 건반을 두드린다.
계단 역시 가는 붓으로 수없이 칠해졌다.
그 가는 붓터치 따라 현란하게 가는 빛줄기들이 춤을 춘다.
푸른빛의 불꽃은 붉은빛의 불꽃보다 온도가 높다고 했던가.
언뜻 차분한 풍경의 한 모퉁이,
자세히 바라보면 그제야 알 수 있는 열정과 환희
방음벽 유리창 칸칸에 채워진 하얀 채색의 흔적
칸을 넘을랑 말랑 간질거리는 붓터치
커다랗고 검은 칸막이 안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하얀 빛줄기
차르르... 차르르... 차르르...
무엇인가를 막기 위해 세워 놓은 벽 위로
간지럽고 귀여운 빛줄기들이 흘러내린다.
차르르... 차르르... 차르르...
한눈에 포착되지 않을 정도로 가는 선들이 리듬을 타며 춤을 추는,
겉보기에는 조용한 일상의 풍경.
<전시 정보>
Curtain _ 2025.6.12-7.11
NOON CONTEMPORARY _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 72
<작가 소개>
이현우 _ 이현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 및 전문사 과정을 졸업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눈 콘템포러리, 누크갤러리, 별관, 유아트스페이스 등에서 총 10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하이트컬렉션, 금천예술공장, 서울대학교 미술관, 파이프 갤러리, P21, 예술의 시간 등에서 열린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