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액자 안에서 비누가 존재하는 방식

신미경 개인전, Afterimages of Presence, 2025

by 정윤희
KakaoTalk_20250402_113518913_03 - 복사본.jpg ©신미경, Painting Series 027, 2014, soap, frame, fragmance, 64.5 x 49.5 x 5cm




이것은 비누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르고 갈라졌다.


갈라졌어야 할 길이 원래부터 나있었던 듯 매정하리만치 곧은 선이 있다.

갑자기 깨져버린 듯 미처 방향을 잡지 못한 선도 있다.

운명과 불운과 슬픈 감정이 가는 틈으로 새어 나올 법도 한데,

그것은 나름 직소퍼즐처럼 질서 정연하고

또 아름답다.


메마르고 갈라진 이 물성은

습기를 만나면 다시 부풀고 깨진 조각들은 엉겨 붙을 것이다.

그래서 이 메마르고 갈라진 것에도 변화의 기회는 열려 있다.

액자의 틀 안에 있지만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나름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다.



KakaoTalk_20250402_113518913_04.jpg ©신미경, 상동




KakaoTalk_20250402_113518913_07.jpg ©신미경, Painting Series 027, 2014, soap, frame, pigment, fragmance, 76 x 49.5 x 5cm



살짝만 그어도 손톱자국이 남을 것 같은 약한 물성이

액자 안에 곱게 걸려 있다.



KakaoTalk_20250402_113518913_08.jpg ©신미경, Painting Series 017, 2014, soap, frame, fragmance, 101 x 70.5 x 5cm



대지를 닮은 특유의 존재감을

액자 안에서 꽉 채우고 있다.







<전시 정보>

Afterimages of Presence _ 2025.3.27-4.25

M&SONG ART _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27길 23


<작가 소개>

신미경 _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런던대 슬래이드 미술대학 대학원 연구과정을 마쳤다. 성곡미술관, 도쿄 휴마니테 갤러리, 몽인아트센터, 서울대학교 미술관, 국제갤러리, 런던 헌치오브베니슨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였다. 대영박물관에서 두 차례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2011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2008 난징트리엔날레 등에 참여했다.


keyword
이전 04화커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