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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Aug 11. 2018

호머의 맥주사랑

더위에 맥을 못 추는 맥주

우리 가족이 '심슨' 씨 가족을 만난 것은 오래전에 미국에서 생활을 하던 때였다. 너무나도 푼수에다가 남들이 현실적이지 못 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겁도 없이 달려 들어서 일을 꼭 저지르고야 마는 이상한 호기심의 소유자인 가장 '호머 심슨' 씨. 그 부인은 반대로 차분하고 사리분별을 잘 하며 중구난방으로 튀는 남편을 잘 다독이는 해결사이다. 큰 아들 '바트 심슨'은 학교에서 온갖 장난이란 장난은 다 맡아서 하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골목대장으로서 짓궂은 일을 하기도 하지만 불쌍한 사람들을 보면 그냥 못 넘어가고 도와준다고 난리를 치다가 꼭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미워할 수 없는 오빠를 가진 여동생 '리사'는 엄마를 닮아서인지 차분하고 공부도 잘 하며 아주 어른스러운 데가 있는 의젓한 아가씨이다. 공갈 젖꼭지를 빨면서 온 가족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아기 감초 늦둥이 막내딸까지 모두 다섯 명의 가족을 알게 된 이후로 우리 가족도 그들의 희로애락을 통해서 미국 보통 가정의 일상사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었다.

'바트'와 그의 친구들이 우여곡절 끝에 그 당시의 유명한 그룹이었던 'Nsync'의 흉내를 내다가 음향장비가 고장 나서 꺼지고 아이들의 생 목소리가 나오는 바람에 망신을 하게 되는데 어찌나 깜찍하게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지 숨이 넘어갈 뻔했다. 그 당시 한창 가수들의 립싱크 문제로 시끄러웠을 때.


온 가족이 교회에서 설교를 듣다가 졸기도 한다. 꿈속에서 부부가 아담과 이브가 되어 낙원을 거닐다가 꿈이나 생시나 똑같이 그곳에서도 남편이 엉뚱한 일을 저질러서 쫓겨 나는 등 좌충우돌하는 생활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수긍이 가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생각이 깊은 '리사'는 아빠가 주책을 부리고 일을 망쳐도 엄마와 함께 수습하는 기지를 발휘하고 오빠와 티격태격하다가도 화해도 먼저 하는 여자 대장부.

엄마 '마지'도 남편과 아이들 사이에서 부대끼면서도 어떤 때는 일탈을 꿈꾸기도 하고 아이들로 인해서 즐겁기도 하다. 하라는 것은 안 하고 일단 동네 술집에서  한 잔 하면서 동네 일에 끼어들었다가 봉변을 당하기도 하고.

정작 해야 할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는 남편을 수습하는데 질리기도 하지만 요란한  일상 속에서의 무게 중심인 그녀이다.       

 


                     

   '호머'가 잘 가는 그 동네 술집에 있는 'Duff'라는 맥주를 프라하 뒷골목의 진열장에서 보았을 때 어찌나 반갑든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온몸이 짜릿했다. 맥주도 한 모금 못 마시는 주제에.

그냥 만화영화에 나오는 가상의 맥주로 알았었는데 프라하에서 팔 줄이야.


한국 사람으로서 이 가정을 볼 때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는데 그것은 재산을 불리겠다는 소위 재테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본주의의 핵심인 미국은 오히려 사회주의 국가 냄새가 날 정도로 보험이고 뭐고 해서 한국의 경제 지상주의와는 좀 다르다.

캐나다는 미국보다는 한 술 더 떠서 젊은 생산층이 비생산층을 먹여 살릴 수 있도록 강력한 세금제도를 구사하면서 실질적인 사회주의에 더 근접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뜨려면 왕창 뜰 수 있고 반대로 폭삭 망할 수도 있는, 불안정 하지만 기회가 많은 사회이다.

미국에 비해서 아직 까지는.

 어떻게 보면 심슨 씨 가족처럼 미국의 소시민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목표도 없고 열정도 없이 시간을 낭비하며 아둔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가족의 삶이 지극히 개인적이라는 미국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예가 되그나마 인정이 숨 쉬는 것을 느끼게 하는 점이 마음에 와 닿았다.                                                                           '호머 ', '마지'심슨 부부와 '바트', '리사'와 막내 '매기'를 포함한 가족이 만화영화에 나오는 평범한 미국인 가족에 불과하지만 미국적인 사고와 생활을 단편적으로나마 알게 되는 희화성의 시리즈물이다.

세월이 흘러도 미국은 천천히 변하는  반면에 한국의 젊은 층들은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심슨 씨 가족은 여전히 세 명의 자녀들과 좌충우돌하며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사회는 어쩌면 조로할 경향이 있는 반면에 유럽은 이미 너무 늙어 버렸고 미국은 만성적자 이면서도 세계에 이곳저곳에 뿌려 놓은 게 많아서 여전히 잘 버티고 있다.

요즈음은 미국 우선주의로 돌아서면서 제재와 압력으로 자국의 유익을 위해서 힘쓰는 반면에 만만찮은 저항과 부작용도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는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무수한 자원을 믿고 지금은 검소하게 살지만 뒤가 든든해서 인지 꿈쩍도 안 하는 것믿음직스럽다가도 미련해 보일 정도로  답답하기도 하다.

'The simsons'라는 만화영화의 엽기 발랄한 그 가족들이 늙지도 않고 자라지도 않지만 그때그때의 세태를 능글거리며 비꼬기도 하고 기가 막히게 잘 시사해 주는 장면들을 보면서 감탄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화면 앞에 앉아 있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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