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르네
사람도 없고 비도 부슬부슬 오는 런던의 뒷 돌목을 어슬렁거리다가 예쁘장한 가정집을 발견하고는 무슨 팻말이 붙었길래 자세히 읽어보니 19세기 중반에 활동했던 '찰스 디킨스'가 약 2년 동안 살았던 집을 개조해서 박물관으로 만든 건물이었다. '찰스 디킨스'하면 그 유명한 스쿠루지 영감이 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과 '올리버 트위스트'나 '위대한 유산'등 유명한 소설을 쓴,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중에도 '올리버 트위스트'같은 작품은 1800년 후반에 시작된 영국의 산업혁명의 어두운 면, 즉 피해사례들을 신랄하게 파헤친 작품이다. 작가 자신이 무능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나서 어릴 때부터 일터인 공장으로 내 몰린 소년 가장으로서의 생생한 경험에다 감수성이 풍부한 필력으로 쓴 이 소설은 길고 지루한 감이 있기는 해도 영국의 그 당시 상황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특히 산업혁명의 뒤안길에서 신음하던 여성과 어린이 노동자들의 가혹한 노동현장을 담보로 삼았던 영국.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인 영국이 산업화로 진입하면서 파생된 잉여 생산품의 유통과 값싼 노동력을 위해 식민지를 늘려가는 악순환, 계급사회는 무너졌지만 또 다른 계급인 빈부의 계층이 형성되면서 새로운 기득권이 탄생되는 등 숱한 문제점을 잉태하고 낳았던 산업화 시대로의 요란했던 신호탄.
'데이비드 커퍼필드'도 한 사나이의 인생 여정에서 그 당시의 영국 사회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런던과 파리, 두 도시를 배경으로 쓰인 걸작 중의 걸작이다.
어수선한 시대를 배경으로 음모와 술수, 그로 인한 반전, 용기 있는 사랑이야기를 아우르는 작가의 실험정신은 요즈음 다시 읽어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실 나는 프랑스 소설을 많이 읽었고 영국 소설은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져서 별로 선호하지 않았는데 '찰스 디킨스'의 소설만큼은 방대한 것은 방대한 대로, 짧은 것은 짧은 대로 그 작품의 무게가 다르지 않은 것을 음미하면서 그의 책 읽기를 즐기곤 했다.
그러다가 옥스퍼드 길을 따라 걷다가 이면도로로 접어 들어서 발길 가는 데로 걷다가 발견한 그가 머물렀던 집을 발견했다. 유럽의 박물관이라고 하면 어마어마한, 말도 안 되는 대영박물관(왜 말이 안 되냐 하면 세계에 흩어져 있는 식민지에서 끌어모은 각종 보물들을 가장 안전한 대영 박물관에 보관해야 한다는)부터 유명한 사람들의 생가를 복원, 혹은 잠시 머물렀던 하숙집까지 그 당시 쓰던 것도 아니고 고증을 거친 그때의 물건을 만들고 손때 먹인 가구들로 채워 놓은 곳들이 많이 있다.
영국은 BBC에서 자국 작가들의 작품이면 무엇이든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서 재탕, 삼탕 우려서 세계에 보급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트렌드에 맞는 배우와 감각적인 세팅을 갖추어 만드는 영화는 나오는 대로 영화 시장을 휩쓸거나 아니면 고전으로 남을 수 있도록 각색을 하는데 기가 막힌 재주가 있는 영국이라는 나라.
그에 비해서 프랑스는 어떤가?
저변에 흐르는 예민한 감성과 심연같이 깊은 지성의 폐부를 찔러서 경악하게 만드는 섬세한 터치, 미래를 담보하지 않는 순간적이지만 미학적인 사랑으로 불태우는 문장들과 삶의 허무를 기가 막히게 통찰한 표현들은 어떤 때는 찜찜하기도 하고 다 보고 나면 약간 메슥거리는 프랑스 작품들이 많다.
그 유명한 '레미제라블'만 해도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감동적인 스토리라고 해도 문구마다 감성이요, 표현의 차원을 넘어선 감동에 찬 언어로 마술을 부리는 것 같은, 묵직한 감각의 영국 소설과는 판이 다른 것 같다.
그 좁은 대륙에서 왕실들의 정략결혼 등을 통해서 결국은 같은 자손들일지도 모르는 영국과 프랑스는 늘 자존심 싸움과 더불어 런던과 파리가 서로 우월함을 경쟁해 온 오랜 역사도 빠르게 변하는 시류에 그것도 부질없이 되는 때가 올 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가 보고 싶은 여행지 1위가 파리라고 한다면 살인적인 물가에도 불구하고 살아보고 싶은 도시는 런던이 아닐까? 물론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든 런던과 파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쌍둥이 혹은 앙숙과 같은 요상한 관계로 항상 모든 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무리 새로운 관광지가 개발되고 홍보를 한다 해도 파리와 런던은 손이 닿지 않는 저 위에 군림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런던의 오붓한 뒷골목에서 마주친, '찰스 디킨스'가 일생을 산 집도 아니고 단지 2년을 살았던 집을 보고도 열광하는 나 같은 어리숙한 사람 때문에 유럽의 도처에 소소한 박물관들이 지천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죽하면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베이커 스트릿'에 있는 , 너무나도 엉성한 '셜록 홈즈' 박물관(?)을 가 보았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