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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Aug 21. 2019

어머니의 꿀꿀이 죽

너무나 맛없는 그러나 생각나는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의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진짜 궁금하다.

사실 '캐나다 음식이 이것이다'라고 꼭 집어서 말하기가 어렵기도 한 것이 문제이다.

멀리 동부의 퀘벡은 프랑스 요리가 많고

그 외의 지역은 영국 요리가 대세라면 대세이다.

캐나다 음식은 고기와 감자, 야채, 스파게티, 피자 등으로 단조롭다 못해 서양사람들 조차도 지루하다고 할 정도로 단순하다.

얼핏 보면 간단하기도 하고 요리를 할 때 손도 많이 안 가는 영양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식사 도중에 마셔대는 콜라나 다른 음료수들을 보면 천만의 말씀이다. 이가 시릴 정도의 달콤한 디저트에다가 물처럼 꼭 곁들이는  커피와 와인까지의 풀코스는  단짠에 중독시키려는 고문으로 착각할 지경이다. 샐러드는 야채라서 몸에 좋을 거라고?  야채와 거의 비슷한 양을 뿌리는 걸쭉한 드레싱은 칼로리면에서 거의 죽음이다.

디저트! 하면 아몬드가루가 주재료인 프랑스의 '마카롱'을 비롯해서 홍콩의 '에그타르트'

호주의 '레밍턴 케이크' 터키의 '규네페'

스위스와 벨기에의 수많은 초콜릿과 이태리의 '젤라토'등 수없이 다양한 단것들에 둘러싸여서 원도 한도 없이 맛볼 수 있는 곳에서 산다는 것이 행운이자 동시에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재앙이다.

                             알바니아식 도넛

                       사악하게 달디 단 디저트

                 무 달아서 이가 시린 컵 케이크


초대되어 갔을 때 식사 후에 아이스크림을 내놓으면 파장을 알리는 신호라고 한다.

아이스크림으로 식사의 마무리를 하는 서양식을 알아차려야 하는 센스 있는게  없는것 보다야 낫겠지.

                  연어절임인 Lox를 넣은 베이글

                                 중국 음식들

                                   바베큐 고기류


또한 다민족 문화의 나라답게 인도식, 월남식, 말레이시아식, 이탈리언식, 중국식, 일식 등 이민을 온 민족의 숫자만큼 그들 고유의 음식을 캐나다에서 먹어볼 수가 있다.

요즘은 K- Pop의 물결을 타고 한식도 한류에 힘입어 인기 있는 음식이 되었다.


캐나다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 북쪽의 유콘과 노스웨스트 같은 테리토리 지역에서는

사슴 구이와 물소 스튜를 먹는다고 한다.

나도 실제로 사돈이 북쪽에서 사냥한 물소 고기로 햄버거를 만들어 주어서 먹어 보았는데 보통 햄버거에 들어간 패티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부드럽고 담백했던 기억이 있다.


다른 주보다도 중국계 이민자들이 월등하게 많은 밴쿠버에는 중국인 밀집 지역인 리치먼드를 빼고라도 동네마다 허름한 밥집부터 호화로운 대형 레스토랑까지 어마어마한 숫자의 중국 음식점들이 곳곳에 있다.

홍콩의 요리사들이 대거로 이민을 와서 밴쿠버의 홍콩 식당은 풍부한 재료 때문에 홍콩보다 더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이렇게 민족이 혼합되다 보니 음식도 자연스레 섞여서 아침은 메이플 시럽을 뿌린 팬케이크 하우스에서, 점심은 햄버거, 저녁은 중국 음식, 혹시 비라도 부슬부슬 내리면 뜨끈한 국물에 숙주나물을 듬뿍 올린 월남 국수를 먹고

손님을 접대할 일이 있으면 끝이 안 보이는 거대한 홀로 장착한 대형 딤섬집을 가면 된다.


BC주의 특산물인 연어를 두부모를 썰듯이

두껍게 썰어서 먹음직스러운 회를 파는

일식은 또 어떤가?

여행 시, 일식집에서 내놓은 종이장처럼 썰어서 접시에 살짝 깔아놓은 회는 감질나다 못해 간지러워서 젓가락이 안 간다. 동시에 밴쿠버의 두툼한 연어회가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이 곳 연어회의 푸짐함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이렇듯 한국이나 해외로 여행을 해도 집에 오면 어김없이 밥과 김치를 찾게 되는 것은 세상의 어디를 가도 어쩔  수 없이 늘 먹던 것에 환호하는  DNA 때문에 결코 변할 수 없으리라고 확신한다.

     보기만 해도 흐뭇,  기만 해도 뿌듯한 한식


특히 어머니의 손맛이 깃든 음식이 최고라서

을 수 없다고 하는데.

나의 친정어머니는 음식 솜씨는 별로 없으신데 손이 커서 양은 엄청 많아서 처치곤란일 때가 많았다.

또한 평생 당뇨병으로 고생하셨지만 철저한 식이요법을 하셔서 돌아가실 때까지 당뇨약이나 인슐린을 맞지 않으셨다. 딸네 집에 놀러 오셔도 끼니때가 걸리면 꼭 보리밥을 싸 오실 정도로 강인한 의지의 한국인이셨다.

모든 반찬도 거의 간이 없어서 심심하다 못해 메스꺼울 정도였고 말년에는 치아도 안 좋으셔서 갖은 야채와 고기를 넣고 압력솥에 푹 익혀서 드시곤 했다.  내가 어머니 집에 갈 때마다 미안하신 듯 '꿀꿀이 죽 같아도 소화도 잘 되고 에는 좋다'라고 하시면서 한 그릇 먹고 가라고 하셔도 '그 맛없는 것을 어떻게 먹어?' 하면서 야멸차게 뿌리치고 단 한 숟가락을 뜨는 시늉도 안 하고 와 버린 못된 기억밖에 없다.

전쟁 후에 음식이 귀하던 시절에 자식 입에 음식이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큰 낙이라고 하시던 노인들의 말들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던 나의 미친 도도함을 탓할 수밖에.

전후에 태어나서 그런 고생을 모르고 자라서 다이어트 때문에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죄가 되는 세대에 살고 있는데 방송마다 먹방이요,

비혼 족도 늘어나는 판에 냉장고는 왜 그리 큰지 알 수가 없다.

친정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내어주신, 그때는 꿀꿀이 죽이요 지금은 건강죽인 그 한 그릇을 메스꺼울 망정 훌떡 먹고 어머니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 드리지 못 한 나의 속이 좁고 아량이 없으며 항상 받을 줄만 알고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드리지 못했던 미련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때는 먹먹은커녕 찬 바람만 쌩쌩 났었구먼.


맛집만 찾아다녔지 진짜 정성과 사랑을 담은 음식에 감사할 줄을 모르는 헛똑똑이였던 나를 질책해 본들 이제는 죽 한 그릇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늙은 고아가 되었으니.

그런데 희한하게도 아들이 팀 홀튼에서 아무 정성도 안 들어 간 공장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하면 고마운 마음이 물밀듯이 밀려오면서 쓰디쓴 커피도 달게 느껴져서 넙죽넙죽 받아먹는, 내리사랑의 대가인가? 도대체 말이 안 되는 나.

카페인에 약해서 주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데 아들이 깜빡하고 레귤러커피를 가져다 주었는데 그걸 마시고도 그날 밤에 잠을 잘 잤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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