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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Aug 24. 2019

부잣집에서 태어나는 것보다 행운을 갖고 태어나야

돈 돈 돈

#1. 아기가 태어났다. 이제 겨우 두 달이 되어가는데 밤마다 보채고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느 날 밤, 얼굴이 파래지며 숨을 가쁘게 쉬는 아기를 안고 응실로 달렸다.

꼬부랑 할머니라도 응급상황이 아니면 응급실 통로의 침대에 눕혀 놓는 것이 다반사이지만 진짜 응급상황은 재빠르게 해 준다. 그날의 숨 가빴던 시간 후에 나온 진단은 심장 판막증.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는데. 두 달짜리의 아기의 심장 사이즈는 엄지 손가락만 할까? 아니면 송편 알만 할까?

그 심장에 무엇을 하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수술을 해야 한단다.

그것도 밴쿠버 본토에서. 나는 밴쿠버 섬의 빅토리아에 살고 있다.

뱃길로 페리를 타고 다니기만 했는데 아기를 밴쿠버로 옮긴다니.

의료용 헬리콥터로 아동병원으로 갔다.

입원과 동시에 바로 수술을 해야 하므로 부모가 따라가야만 했다.

수술할 동안은 대기실에 있는다고 하지만 수술 후 입원하는 동안은 어디에 있어야 하나?

게다가 을 위해서 한국에서 오신 친정엄마는 어디에?

영어 한 마디도 못하시고 섬에 있는 집에 혼자 계시는 것은 창살 없는 감옥살이니 그것도 안 되고 밴쿠버에 친척이라곤 한 명도 없고 남편은 빅토리아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나도 한 명의 부모로서 큰 병에 걸린 자녀의 부모가 겪게 되는 정신적, 재정적 부담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로날드 맥도날 하우스는 간병을 해야 하는 가족들의 무료로 사용하는 임시 거주지로써 그들에게 안식과 희망을 제공하는 장소가 되므로 현재 400 가구에서 2000가구가 머무를 수 있도록 규를 대폭 확장할 것'이라고 크리스티 클락이라는 여자 수상이 발표했었다. 병든 아동을 돌보는 것은 정신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외곽지역에서 거주하면서 밴쿠버에서 잠시라도 거주하려면 엄청난 재정적인 부담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이 거처를 통해서 아이들의 건강을 잘 보살펴 주기를 바란다는 취지와 함께 확장공사에 들어간다고.

1983년에 아동 환자들의 가족의 임시 거주지로 사용하던 비영리 목적의 아파트를 다섯 배 이상으로 늘리는데 거의 1400만 불의 돈을 모금을 통해서 확보해서 지금은 다 완성이 되어서 사용하고 있다.


남편은 이 아파트에서 빅토리아로 출근을 하고 아기 엄마와 외할머니는 이곳에 거주하면서 교대로 아기를 보러 가면서 뭔가를 느꼈다고. 사람이 숨을 쉬고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자격이 되지 못하면 항상 위축되고 마음이 가난한 채로 숨을 죽이며 살다가 남편 따라서 이민 온 지 얼마 안 된 새댁이 이민역사가 얼마 됐다고 읊을 처지는 아닌데도.

퇴원해서 집으로 가는 페리 안에서  쌕쌕 잠든 아기의, 청색이 아닌 뽀얀 얼굴을 바라보는데 눈에 물기가 고여서 창밖의 잔잔한 바다가 세상은 살만하다고 온유하게 말해주는것 같이 다고.


  


#2. '어머니, 아이가 좀 이상해요. 힘이 없고 액티비티를 잘 안 하려고 하네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유치원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서 뭔가 집히는 것이 있었다.

아이들에 대해서 유난히 민감하고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데 그런 연락을 받으니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최근 들어서 피곤해하고 밥도 잘 안 먹으려 하며 나가서 놀지도 않고 나른하게 늘어져 있는 아이.

병원의 진단은 급성 림프성 백혈병.

이민을 오자마자 천지분간도 잘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가 그 무서운 암에 걸리다니. 눈앞이 노랗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밴쿠버의 아동병원까지 그 수많은 세월 동안 어떻게 다녔는지 기억이 안 난다.

거의 미친 여자 수준으로 머미처 못 빗고  울면서 뛰었던 적이 한두 번인가. 밤에는 응급실, 낮에는 치료. 고통스러운 항암을 받는 아이를 보면서 정말 초인적인 힘으로 버텼지만 아이를 살리려는 모정뿐만 아니라 헌신적인 의사 선생님과 항상 웃는 얼굴로 아이를 보살펴 주는 스태프들 때문에 감사의 눈물을  흘렸는지도 모른다. 아동병원이기에 이들이 아픈 천사라면 선생님들은 정말 수호천사같이 인종이나 빈부 따위는 생명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정성껏 돌보아 주었다.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20살이 된 지금도 첵업 날짜가 되면 검진을 받는다.

아동병원 때문에? 국가 때문에? 부모의 정성 때문에? 치료하는데 엄청난 을 안 들여도 아이는 정상으로 잘 자라서 학생이다.


'운이 좋다면 돈도 따르겠지? 돈이 많아도 운이 없으면 다 없어질 수도 있어'

이 무슨 행운론자의 말인지.

내가 한 말이 아니고 D.H.Lawrence의 단편인 The rocking horse winner에서 나오는 대목이다.

행운이 지지리도 없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아들인 폴이 돈 돈 하는 엄마의 비관적인 삶을 보면서 역으로 운이 좋은 아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고 승마 도박에 돈을 걸어서 거금을 엄마에게 주고 뇌의 이상으로 죽어버리고 만다. 물론 작가의 문학적 특성상  단순히 물질 주의자인 엄마와

그 엄마를 만족시키려는 어린 아들의 운에 걸린 돈만을 묘사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물질만능과 가진 것으로 인간의 가치를 매기는 왜곡된 세상에서 그런대로 의미가 있는 단편이다. 결국은 죽는다는 것, 그리고 만족을 못 한다는 것이 우리가 처한 명이며 굴레인지도 모른다.


위의 두 가정의 를 통해서 아이들이 아플 때의 절박함 가운데서 한 줄기 빛처럼 시스템에서 혜택을 줌으로써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정부의 보살핌 생각해 보았다.

밀고 당기고 돈으로 해결하려는 잔머리 대신에 아이들이 아프면 돈이 없어도 아동병원에서 알아서 다 해주는 심신 안정의 시스템이랄까?

나야 아이들이 다 커서 이민을 와서 아동병원을 이용할 일이 없어서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알고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

 캐나다가 결코 부자 나라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물건도 별로 없고 화려한 것도 없고 우연인지 모르지만 비 오는 날에 인터넷도 잘 끊기고 느려 터졌고.

많은 것이라곤 물과 나무, 그리고 샌드오일이 나온다는데 가공하는데 돈이 더 들고......


부잣집은 아니라도 사람을 아끼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주위에서 잘 도와주는, 그러나 서로 간섭은 안 하는 쿨한 가정에서 살고 있는 느낌?

단, 거짓말을 하면 뼈도 못 추린다.

물론 경고도 하고 소명할 기회도 주지만

도가 넘으면 집에서 쫓겨날 각오를 해야한다.

특히 학교에서는 에세이를 쓸때 남의 것을 무단으로 베끼면  도용하는것으로 보고 졸지에 천하 몹쓸 도둑으로  간주한다. 학교에서 부터 ~~~~

결과는 빵점 플러스 회생 불가능.


속이고 거짓말하는 것에 심한  알러지가 있는 이상한 집이라고 보면 됨.

부잣집은 아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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