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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Mar 25. 2020

빈 선반 증후군

마스크와 휴지

배우 송강호씨가 밴쿠버에 왔을 때 저녁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는데 아들의 친한 서양 친구가 이 사실을 알고 강호 배우 찐팬이라며

송강호씨의 사인을 꼭 받아와 달라고 해서 받아 준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설국열차'가 나온 이후였다. 좀비 영화 마니아들은 서양 좀비물 보다는 한국 영화가 더 아기자기하고 무지막지하지 않으며 스토리가 탄탄하다나. '부산행'도 재미있었다 킹덤도 물론 봤겠지.

             슈퍼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금은 좀비가 되기 전 단계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전 세계가 살벌해지고 있다.

정신적으로는 이미 좀비상태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아귀다툼은 아니더라도.

캐나다에서는 1월, 2월에 노인들이 폐렴으로 많이 사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멍하니 있다가 코로나란 놈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다들 패닉 상태에 빠졌다. 캐나다에서는 보통 재난이 생기면 두 주 정도의 비상식량과 물품을 준비하라고 한다.  폭설이나 눈폭풍이 많은 동부에서는 운행 도중에 도로에 갇힐 때를 대비해서 양초나 물, 담요 등 방한 제품을, 집에는 지하실의 큰 냉동고에 겨울 동안 먹을 캔 음식과 냉동식품을 저장하는 것이 생활화가 되어 있다. 대형 슈퍼에 가려고 해도 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폭설 때문에 못 나갈 경우를 대비해서.


그런데 이번에는 밴쿠버에서부터 중국 사람들이 우한에 마스크를 사서 보내기 시작하면서인지 뭔지 모르게 분위기가 수선스러우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코로나에 대한 공식 발표가 있기 1,2주 전부터 코스코에 줄을 서기 시작하더니 휴지를 몇 덩어리씩, 쌀을 몇 포대씩 사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한인 슈퍼도 40파운드에 29불로 세일을 하던 쌀을 지금은 39불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 병이 한참일 때는 한인 마켓에서 중국사람들이 쌀을 사재기하더니 한국에서 무더기 확진자가 나오니까 한인 마켓에 서양사람들과 중국사람들이 거의 사라졌다.  


한국의 친구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거기는 왜 휴지를 사재기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나도 이해가 잘 안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견물생심이라고 물건을 보면 사고싶은 충동이 생기는데 이건 휴지가 다 떨어진 텅텅 빈 선반을 보고 사고 싶어 안달하는 것은 욕망이건 불안감이든 인간은 소비의 존재인가 보다.  그래서 코스코 매장이 문을 열기 1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겨우 휴지 한 덩어리 배급 받는 상황에도 감지덕지?

사실 언제 이 상태가 끝날 지도 모르고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할 동안에 먹을 식품을 사러 나온 길에 휴지를 사두는 비축심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준 전시상황이라 하. 서양사람들의 카트를 보면 식품이 많고 휴지는 한 덩어리인데 이미 품귀가 일어나기 전에 동양인들이 다른 것 보다도 오로지 휴지만 실어 나르는 장면들이 많이 목격되었다.

비어있는 휴지 선반이 무엇을 뜻하는지 머리로 알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했다고 해야 할까?


1983년 서울,   아기를 재우고 있는데 갑자기 공습경보가 울렸다. 보통 민방위 훈련 때도 사이렌이 울리지만 잠시 후에 실제상황이라는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내 머리에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전쟁이 나면 화장실은 어떡하지? 휴지도 없을 텐데 하는 것이었다. 아기를 안고 거실을 왔다 갔다 하는데 그 상황은 몇 분만에 끝났다.  나도 극한 상황이 오면 휴지가 제일 걱정이었나 보네.


특히 전염병이 떠 도는 때라서 위생용품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 기본은 휴지이다. 그 외에 소독제와 청소용품도 다 팔리고 미처  선반을 채워 놓지 못하고 있다.

순진하게 생각해서 캐나다에 나무가 많고 화장지 공장이 캐나다에 많은데 무슨 걱정이냐고 큰소리치는데 공장이 문제가 아니라 유통망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중간에서 사재기를 하면 품절이 되는 것이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친구 하나가 코스코에 가서 한 시간 씩 줄을 서야되고 일인당 휴지 한 덩어리 제한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못 샀는데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니까 언제  올 지 모른다고 알려오고 집에는 휴지 한 롤만 남아 있다고 해서 6 롤 들이 한 팩을 주었다.

이건 무슨 코믹한 시추에이션인지.

공룡 복장을 하고 와서 장보며 웃음을 선사한 고객

한국에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었는데 여기 캐나다에서는 그 상황을 이해 못한다.

환자나 쓰는 것으로써 병원 로비에 손 세정제와 마스크는 항상 비치 되어있다.

중국과 한국에서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는 것을 마치 외계인 보듯 하고  마스크를 쓴 동양사람을 보면 흠찟한다. 

한 동안 그러다가 바이러스가 만연이 되니까 팔지도 않는 마스크를 어디서 구했는지 서양사람들도 간혹 쓰고 다니는데 코가 높아서인지 가운데가 새 부리처럼 많이 튀어 나와서 좀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는 한다.

그래도 써야 되지 않나?

운전을 하면서 깜빡이를 넣는 것은 나도 어느 방향으로 가겠다는 표시이지만 다른 차들도 그 방향등을 보고 조심해서 사고를 내지 말자고 경고하다는 점에서 마스크도 서로서로 조심하자라는 사인 정도라고 생각하면 좋은데 그 사소한 것조차도 동 서양의 인식 차이가 많이 나고 있어서 답답하다.

그러나 'No mask, No service'라는 공지가 붙은 캐나다 마켓들도 있다.

이렇게 복잡한 가운데에 동양인 가족이 공원에서 테이블 위에 마스크를 쌓아놓고 공원에 온 사람들에게 팔다가 시민들이 경찰에 제보해서 그들에게 벌금을 물리고 당장 멈추라고 조치했다고.

시장이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에서 필수 의료제품을 재판매하는 것은 너무 충격적이고 이기적이며 형사책임을 물을 만하다'라고 여기 사람들 치고는 무지 강하게  촉구했다.

다시 말하면 마스크는 의료용품이지 일반인들이 방차원에서 쓰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뜻도 포함.


 3개월만 수입이 끊겨도 노숙자가 되는 이 나라에서 많은 지원대책이 나오기는 한다.

주거용 렌트에서 집주인이 세든 사람이 렌트비를 못 내도 내쫒을 수 없다. 또한 개인도 일인당 400불, 부부는 600불씩 살포하고 저소득층은 가족당 1500불 정도 보조해준다고. 회사에서는  직원을 해고할 수 없고 그 유지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주는 등 많은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느림보 거북이 나라에서 언제나 실현이 될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만 그 정책 보다도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더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라서 정만 한가득이다. 대서양의 제일 끝자락의 청정지역에도 확진자가 생기는 판이니.



100개에 17불 하던 마스크를 50개에 65불을 주고 아마존에서 구입한 것이 도착했을 때 너무 감격스러웠다.

치료제도 아닌데도 '이젠 살았구나'라는 안도감? 사놓고 한번도 못 써봤네

쓰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도 일회용 장갑은 끼고 장보고 주유하고.

플로리다에 놀러 갔던 사돈네도 일정을 앞당겨서 돌아와서는 14일 동안 자가 격리 중이다.

우리도 4월 19일에 멕시코 캔쿤으로 가기로 했던 것 때문에 가네 못 가네하면서 가족적 갈등을 겪었는데 여행사에서 2년 내에 아무 때나 가라고 크레딧을 준다고 연락이 왔다.

                          배달된 마스크


지금은 여행이 많아진 세상이라서 이번의 팬데믹에서 어느 누구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지경에 있다.

이 기회에 나가 돌아다녀야 직성이 풀리던 사람들은 차분하게 집에서 자기 시간을 가져보고 집순이들은 언제 외출금지령이 떨어질지 모르니 재택근무하고 집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  최소한의 장을 보러 나가야할지도.


뭔가 색다른 경험의 세계가 생활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서.

       가게도 닫고 공원도  폐쇄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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