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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Sep 30. 2020

맛있는 음식이란

지루하지 않은 맛

김연아가 한국에만 있지 않고 캐나다에도 있다.

캐나다 상원의원인 연아 마틴의 한국 성이 김 씨이니  양국의 유명한 김연아 중의 한 사람인 셈이다.

그 연아 마틴과 나의 며느리인  스테파니 강이  Banting school에서 교사로서 같이 근무한 친구였다.

그러다가 연아 마틴은 상원의원이 되어 오타와로 근무지가 바뀌었다.

학교에서 소문 나기를 연아 마틴은 캐나다인이고 스테파니 강은 한국사람이라고. 왜냐하면 김연아는 남편 성인 '마틴'을 쓰고 스테파니 클락은 나의 아들과 결혼해서 ''을 라스트 네임으로 쓰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연아 마틴 상원의원에게는 스테파니 시어머니로 통한다.

        서양 며느리의 한국 요리책


  한국인 강 씨와 결혼한  나의 서양 며느리와는, 그쪽은 언어장벽이요, 내쪽에선 언어 장애인데도 그 이유에서인지 고부갈등 별로 없이 (나만의 생각?) 올해로 아들이 결혼 한지 15년이 흘렀다.

 

며느리가   제일 좋아하는 한식은 깍두기이다.

캐나다 안 사돈이 제일 싫어하는 한식 역시 깍두기이다. 깍두기라기보다는 무김치라면 질색을 한다. 그래서 먹던 깍두기도 냉장고에 두지 않고 아래층의 김치 냉장고에 보관한다.

그렇게 멀리 놓아두어도 현관문을 열자마자 무 냄새를 맡고는 코를 막는다고. 익은 무의 구린내 때문에.


며느리는 그 외에도 한식은 그런대로 다  좋아하고 불고기나  닭찜도 잘하고 성질 급한 나보다도 육전이나 생선전은 태우지 않고 노릇노릇하게 잘 부친다. 떡국은 오래   부드럽게 끓여서 아이들도 잘 먹는다.

 결혼 초에 내가 선물한 영어로 된 한국 요리책의 레시피 그대로 따라 하는 곰탕과 잡채도 가끔 하더라.

 왜 한식을 좋아하느냐니까 서양 음식은 너무 boring 하고 한식은 다양한 맛에다가 건강식 같아서라고. 

브런치로 주로 먹는 수플레 팬케이크와 프렌치토스트

지루하고 뻔한 서양 식사

아니면 스파게티와 피자

며느리는 식탐이 없는 대신에 달디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 본식을 먹는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탕수육도 한국식 중국집에서 먹기도 하고

내가 해 준 닭튀김과 떡볶이를 좋아하는 서양 며느리

짭짤한 밑반찬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만든 고추 장아찌와 오이지

코로나 여름 내내 공원과 아들네

뒷마당에서  해 먹은 바비큐

온 가족이 다 좋아하는 새우튀김과 딤섬

뭐니 뭐니 해도 잡채와 족발이지


한국 음식 우월주의자는 아니라도 이만하면 우쭐할 만도 한데 언어는 mother tongue이라서 그런지 손자들이 한국말은 게으른 아들 때문인지 잘 못 한다. 일상적인 말만 겨우 알아들을 정도로만.

서양 며느리가 아무리 한식을 좋아한들 보통 캐네디언보다 더 좋아하는 정도이지 한식 마니아는 아니다. 예를 들면 멸치볶음은 거의 혐오 식품이다. 그 작은 생선의 더 작은 눈들이 싫다고.^^^

종 나물도 별로지만 콩나물 무침은 잘 먹고. 이러다 보니 음식은 절대적으로 개인 취향이다.

내 속에서 나온 아들도 명란젓, 오징어젓갈, 간장게장 등 짭조름한 밑반찬을 좋아하는데 나는 밑반찬은 손도 안 댈 정도로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엄마의 비밀병기 요리는 다 좋아하는 것 같다. 엄마의 주특기이도 하지만 식구들이 맛있다니까 자꾸 하다 보니 실력도 발전한 것이 아닐까?

잡채나 김밥, 녹두 빈대떡이 나의 특기인데

자주 하고 많이 하다 보니깐

정해진 시간 내에 대령하는 휘리릭 요리가 되었다.

내 며느리가 잘하는 것은 미트 로프와 감자 샐러드인데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내 입에 맞고 맛있다.

그러나 제일 용한 것은 학교 급식이 없어서 세 아이의 도시락을 싸 주는 것이다. 과일. 야채. 요구르트에 샌드위치나 마카로니, 홈 메이드 피자를 싸 주는 정도이지만 기계처럼 밀어내는 매일매일의 노고는 정말 칭찬할만하다. 주 4일 학교 교사로 출근하면서도.  집안일은 아들이 거의 다 하고. 아들이 거든다는 이야기를 안 빼고 하니 확실한 시어머니 인증.


인종, 기후, 나라, 문화적인 다름에서 오는 각종 음식의 다양함이  색다른 세계를 맛보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서양으로 이민을 오니 처음에는 살아야 하니 햄버거, 피자에 많이 노출되었었다가 해가 갈수록 점점 한식에 탐닉하게 된다.

참, 캐나다 동부에서는 추워서 피자나 도넛같이 기름진 것을 선호하고 서부는 날씨가 온화하니 그런 느끼한 음식보다는 스시처럼 상큼하고 가벼운 것을 많이 먹는다.   

동부의 도넛과 서부의 스시

한국에선 있으면 먹고 없으면 그냥 넘어가던  김치에 목을 매서 배추를 박스 채 사서 거의 김장 수준으로 담가 먹으며 살고 있다. 한국에선 다 사 먹는다는 말에 솔깃해서 나도 한번 사 먹어 봤더니 양념 범벅은 그렇다 치고 물엿을 많이 넣었는지 김치전을 할려니까 풀죽처럼 풀어져서 전이 부쳐지지 않아서 포기했다.  한국처럼 배달도, 사 먹는 것도 어설프니 가내 수공업으로 자작 해 먹는 수밖에.

그래서 이민자들 말이 한국에 가서 한 달 동안 전국의 맛집을 돌면서 맛있는 것 실컷 먹고 오고 싶다는 것이 꿈까지는 아니라도 희망사항이다. 요즘처럼 14일간 자가 격리가 있는 시절이니 그 꿈도 소용없게 되었다.


코로나가 끝나면 며느리와 나랑 여자 둘이서만 한국에 가서 맛집을 돌다 보면 며느리가 한국 음식에 눈이 번쩍 뜨이려나?

아니면 내가 허옇게 담그는 김치가 프레시 하다고 좋아하던데 내 음식에 길들여져서 입에 맞는다고 하려는지 둘 중에 하나겠지.


아들은 클클하면 라면을 끓여먹어야 속이 풀린다는데 며느리는 빵에다  땅콩버터와 딸기잼을 발라 먹어야 개운하다니

세상의 음식은 가깝고도 먼 관계인가 보다.

그래도 커피를 곁들인 디저트는 누구나 좋아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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