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로 떠나는 날짜가 다가오자 “진짜로 떠날 수 있을까?”하며 반신반의했다. 왜냐하면 과거에 여행을 갑작스럽게 모두 취소해야 했던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떠나기 5일 전이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비행기 예약과 숙박 예약을 모두 끝냈다. 캐리어에 넣을 짐과 여행 물품도 거의 준비 완료 상태였다. 이번에는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덴마크 여행 3일 전인 일요일 아침이었다. 잠에서 깨어나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목 상태가 이상했다. 흡사 감기에 걸렸을 때의 목 상태와 비슷했다. 목으로 ‘아’ 해보았더니 목감기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최근 7~8년간 감기에 걸려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딱 1번 코로나에 걸렸고, 그 시기에도 감기에 걸린 적이 없었다.
“이거 혹시 코로나19에 걸린 거 아니야?”
“코로나19에 걸리면 또 이번 덴마크 여행을 못 갈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불안해하며 일요일을 지냈다. 월요일 아침에 이비인후과를 찾아서 진료를 봤다. 다행히 코로나19는 아니었고 목감기였다. 3일 치 감기약을 처방받았다. D-2일이었다. 덴마크로 떠나는 날에는 목감기가 나아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비행기를 타기를 바랐다. 그래야 기내에서 맥주와 와인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로 떠나는 이른 새벽에 눈을 떴다. 목기침을 해봤다. 목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혹시나 이번에는 건강 문제로 덴마크로 못 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기 때문이었다. “건강할 때 많이 다녀야겠다”라는 메시지를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습득할 수 있었다.
어느덧 코펜하겐 공항에 도착하였다. 목적지로 향하는 지하철을 탔다. 그런데 낯선 광경을 목격했다. 남자 2명이 앉아서 얘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손에는 지하철과 어울리지 않는 제품이 있었다. 유심히 쳐다봤다. 아무리 다시 봐도 그것은 맥주캔이었다.
“아니, 이럴 수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낮에 그것도 지하철 안에서 맥주를 마시다니.”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가끔 커피를 들고 지하철을 타는 사람을 볼 수는 있다.
생각해보았다.
“여기 덴마크는 뭔가 다르네.”
“이래서 행복한 국가인가?”
짜 맞춘 듯한 생각일 수 있다. 결과론적으로 행복한 국가 사람들의 특이한 행동이 특별한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큰소리를 내거나 소란을 부린다든지 하는 고성방가는 전혀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행동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대한민국 같으면 굳이 말은 하지 않더라도 엄청나게 많이 쳐다봤을 것이다. ‘행복한 국가는 뭔가 다르다’라는 이런 생각도 편협한 사고방식일 수 있다. 만약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 이런 광경을 목격했다면 아마 “이러니까 나라가 이 모양이지”라며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맥주 마시는 사람들을 지하철과 버스에서 한 번씩 목격했다. 이것이 일반적인 덴마크 사람들의 생활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면서 여유를 즐긴다고도 할 수 있다.
“맥주를 마시는 그 사람들은 또 다른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