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1-

순간 한 조각(4/30)

by Shysbook

한 없이 차갑게 얼어붙은 자아를 와락 안았다.

글을 담요삼아 추위를 온전히 막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지금으로썬 최선이었으니까.


오들오들거리는 자아가 조금은 진정된 이후 자아를 오롯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더 이상 너를 방치해 두었다간 어떤 신앙도, 어떤 사람들의 위로로도 회복할 수 없었다.

지금 나의 상태는 무언가를 삼키고 먹이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으니까.

일단 관심과 사랑에 목마른 자아가 정신차릴 수 있도록 기력을 회복시켜줘야했다.


그렇다고 자아 상태를 매 순간, 1분 1초, 마이크로 단위로 살필 수는 없으니

잠깐이라도 생각나면 '오늘 너는 뭐 하고 싶어? 오늘 기분은 어때?' 라고 말을 걸어봐야했다.


'너는 지금 어때?'

'......'

답이 없다. 아직 내 자아는 입을 열기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억지로 답을 유도하기보다 자연스레 자아가 입을 꺼낼 수 있도록 기다려보기로 한다.


'너는 지금 어때?'

'.....'


여전히 답이 없었다. 지난 몇 년간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온걸까 물밀 듯 공허감이 찾아왔다.

나 스스로하고 친해지지 못하는 내가 타인과 친해질 수 있을 턱이 있을리야 없었던 걸까.

완벽해져야한다는 강박 때문일까. 타인에게 상처를 줘선 안된다는 부담 때문일까.

모두하고 잘 지내야한다는 생각 때문일까.


아무런 대답 없이 잠잠히 있던 자아는 얼음처럼 굳어버린 너의 삶.

기억은 휘발되었는데 어떤 상황이 닥치면 돌처럼 굳은 채 나를 향해 조여오는 고통으로 다가오곤했다.

말로도 표현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 덩어리 그 자체를 마주한 채.


자아는 그대로인데, 감정으로 뒤덮여 있는 저 꺼풀들을 당장 벗겨내고 싶지만

지금 그럴 여력이 되지 않는다. 무턱대고 감정을 직시하기엔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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