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일을 한다는 것_23

“시간 부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체력을 기르세요.”

by Shysbook


9년 전, 고3 시절.

0교시부터 야간자율학습까지 공부로 시작해서 끝나는 일과를 수능이 끝나기 직전까지 하곤했다.

자는 시간도 아까워 잠을 줄여가며 영어 단어를 외우고, 국어 비문학 지문을 독해했다. 문제를 푸는 방법을 익히고 감이 조금씩 익으려는 순간 서서히 집중력이 예전만하지 않았다.


그 절정은 여름 방학 무렵에 극에 달했다.

날씨는 나날이 더워지고, 0교시 시간에는 졸음이 쏟아져 도무지 공부할 힘이 남아있지가 않았다.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그 때 내가 무슨 객기(?)를 부린 건지, 자는 시간도 아까워 온 몸을 손으로 두드려가고 허벅지를 손톱으로 꼬집기도했다. 교실 맨 뒤에 나가 잠을 쫓아내면서까지 공부하려고 애를 썼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이건 삼키는 건지 씹는 건지 모를 정도로 허겁지겁 먹어 치우곤 곧장 교실로 들어가 공부하기 시작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체력은 바닥 아니 마이너스 주식처럼 폭락을 거듭했다. 이는 수능 직전 컨디션 난조로 이어지더니 수능 당일, 기분 좋게 폭삭 망쳐버렸다. 하지만 하늘이 도운 덕분에(?) 수시지원한 대학 중 한 곳에 합격해 들어가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만일 그 때 내가 객기부릴 시간에 짬을 내서라도 체력을 길렀더라면, 아마 수능이라는 긴 레이스를 안정적으로 달려 무사히 완주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쩌면 성적을 더 잘 받아서 좋은 대학에 들어갔을 수도 있겠다.


수능 이후 건강의 중요성을 느낄 때 즈음, 어머니의 권유로 한 달 간 수영을 배웠다.

하지만 발길질 하나 제대로 못해 물 속에 가라앉는 모습을 사람들 앞에서 보이기 싫어서 그만 뒀다.

집 근처 피트니스 센터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배워볼까 싶었지만 체력이 되지 않아 포기했다.

친구들이랑 어쩌다 한 번 했던 축구, 농구 같은 구기 종목은 눈으로 보는 것을 좋아했지, 직접 해보니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곰곰이 찾아보니 ‘달리기’ 가 생각났다. 돈도 그렇게 들지도 않고, 신발이랑 집에서 편히 입는 트레이닝복 바지랑 면티 하나면 체육공원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장 실행에 옮겨 달리기를 꾸준히 시작하니 전보다 달리 체력이 향상된다는 걸 느꼈다.

3킬로, 5킬로 음악을 듣고 트랙 위를 달릴 때 남들 눈치 하나 보지 않아도 되었고, 뛰면 뛸 수록 몸이 더욱 가벼워진다는 걸 느꼈다.

대학에 입학한 후, 과제나 공부에 더욱 집중하는데 밑바탕이 되어 밤을 새더라도 지치지 않았다. 그 결과 난생 처음으로 학과에서 1등을 할 수 있었다.



<자기 시간을 사는 사람들 시간 활용의 달인> 이라는 책을 읽다보면, 시대가 변할 수록 돈의 가치보다 시간의 가치를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현재와 더불어 노후에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우리에겐 상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생겼다. (예외도 있지만, 요지는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잉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돈보다 시간이 많이 남는 시간 부자들이 된 셈이다.


과연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할까. 마치 어느 날 로또에 당첨되서 벼락 부자가되었지만 어떻게 써야할 지 몰라 망설이는 것처럼 우리 또한 늘어난 시간 앞에서 뭘 해야할 지 몰라 망설이느라 시간을 허비할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기만 해서는 안되겠다. 미래엔 코로나 이외에 우리의 예측을 벗어나는 일들이 무수히 많이 있을 텐데, 한 인간으로써 내가 앞으로 이루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 평소 관심있게 지켜본 것들 중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조금씩 해야지 앞으로 미래에 나라는 존재가치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지 않을까.


즉, 직장이라는 외피, 부서라는 외피에서 벗어나서 진짜 나의 존재가치를 드러내야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이 때 체력이 더더욱 받쳐지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일을 더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출근 할 때는 서점원으로, 퇴근 후에는 달리기를 하거나 홈트레이닝을 하며 체력을 단련한다.

집에서 글쓰기와 영어 과제 및 독서로 시간을 충실히 보내고 취침을 할 때가 가장 뿌듯하다.

비록 주어진 시간은 (퇴근하고 취침하기까지) 4~5시간. 내가 하고 싶은 분야를 조금씩 더 해서 나를 더욱 성장시키고 싶은 욕구는 늘어만갔다. 시간을 보다 허투루 보내기보다 밀도있게 혹은 취침 시간을 조금 더 뒤로 당겨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글을 쓰면서 느낀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 돼."
-윤태호, <미생> 중-


곧 있으면 부서 이동이 머지 않았다. 새로운 부서에서도 업무 적응과 더불어 강도가 올라갈 것을 우려한 동료의 말이 생각난다. 내가 이루고 싶은 일을 위해 체력 관리만큼은 소홀해지고 싶지 않은 건 과분한 욕심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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