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너덜너덜한 왼쪽 발목.(9/30)

의지와 무관하게 꺾여버리는 삶이란.

by Shysbook

내 왼쪽 발목에 부목을 한 모습을 본 직장 동료에게 이렇게 말했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다 발판에 헛디뎠어요. 왼쪽 발목이 그자리에서 아그적거리며 꺾여버렸죠.

그것도 같은 장소에서 두 번이나.운 억세게도 없죠?"


한 쪽 발목을 움켜잡으며 차마 말못할 고통이 컸지만 애써 꾸욱 삼킨 채 내 발목을타고 전해졌다.

온 몸에 전기가 통한다는 느낌이 이런걸까.. 짜릿하고 찌릿하고 아려오고 타들어갔다. 아픔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고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눈.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확히는 운이 나쁜- 착지를 잘못해 꺾여버린 발목인데. 누구를 탓할까….

휘청거리다 균형을 잃은 채 고꾸라지는 나를 향해 쳐다보는 무수히 많은 눈들에나는 부끄럽고 민망했고 잠깐이나마 무력했다.


간신히 아픈 발목을 참아가며 조심스레 땅에 발을 내딛은 채 집에 도착했을 때, 힘겹게 신발을 벗겨보려했지만 신발의 오목한 부분이 꺾인 부위를 압박하고 있던 탓일까. 안으로 파고드는 자극이 너무 아팠다.


평소 신발끈을 풀지 않고도 가볍게 벗어던지던 신발을 신발을 잡아당겨 벗겨낼 수 있었다.

양말도 양 손을 양말 발목부위에 잡아서 힘겹게 벗긴 후에야 꺾인 왼쪽 발목을 들여다본다.

보랏빛으로 물든 멍이 발목을 덮었다. 정확히는 외부의 충격에 세포조직과 모세혈관이 파괴되서 피가 고여있었다. 왼쪽 발목이 오른발목보다 심하게 퉁퉁 부어있으니 그 부분을 만질 때마다 온 몸에 전기가 타고드는 듯했다. 전기고문장치를 심은 것처럼.


-19년 8월 중순 있었던 일.-


정형외과에서 진찰을 받았을 때, 나의 왼발목과 오른 발목 X-Ray 사진을 번갈아 보면서 온전치 않은 발목을 몇 년간 방치한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다.


왼쪽 인대는 짓눌린 흔적이 심했고 조금이라도 건들면 너덜너덜해 보일만큼 연약한 실타래처럼 느껴졌다.

의사 선생님은 발목 염좌로 인해 인대가 덜렁거린다고 말씀하셨다. 물리치료를 꾸준히 받고 무리한 움직임을 삼가라는 말까지 듣고나니 좋아하는 달리기도 더는 못하고, 심하면 걷는 일조차 불안함을 품고 걸어야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당연하게 여기던 일이 당연하지 않을 때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불안이 엄습해왔다.


물리치료를 받을경우 오랜 시간 치료를 해야해서 그 좋아하는 달리기를 포기해야했다. 우울했을 때, 고민으로 긴 밤을 지샐 때 나를 달래주는 존재를 아주 잠깐이라도 포기한다면 나는 다시 우울해질까 두려웠다.


현실과 즐거움 사이에서 타협해봤자 어중간해질바에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걸어도 아프지 않다면 달리기를 신나게 하겠다는 철없는 결정을 내렸다. 고민은 쉽게 해결되었다.(?)


오늘도 평평한 인도바닥 위를 걷다가 그만 왼발목이 쉽게 꺾였다. 한 번 꺾인 곳은 또 다시 꺾이다보니 발목이 아려왔다. 마음까지 깡총거린다. 덜컹 놀란 마음을 애써 진정시킨 채 다시 길을 걸었음에도 내 얼굴은 그늘이 졌다.언제 찾아올 지 모를 불안에 또 다시 불안했기에. 심하게 꺾이지 않아 다행이지만 약간 시큰거리는 왼쪽 발목이 자꾸만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건 언제 찾아올지 모를 불안 때문이겠지.


불쑥 튀어나오는 불안에 평온한 일상이 꺾일 때가 있다. 그 꺾임의 강도가 얼마나 될지 수치로도 알 수 없고 언제 튀어나올 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불안이기에 어떤 방법도 간구도 소용이 없을 때가 있다.


꺾이지 않으려 다짐한다는 게 의지만으로 되지 않기에 꺾일 수도 있음을 먼저 인정하는 수 밖에. 아울러 살면서 내 의지대로 이뤄지는 일은 잘 없기에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몸이 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천천히 꾸준히 나아가길 바라본다. 정류장에서 발을 두 번 꺾인 이후에 나는 버스 후문 손잡이를 잡고 왼쪽 발목부터 아주 천천히 한 발자국 씩 바닥에 닿는 연습을 한다. 인류가 달에 디디는 우주인처럼. 무사히 땅에 착륙했을 때, 비로소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아, 온전할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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