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면 어떻게든 기회가 찾아오거든요.
20200810
퇴사 이후 내 삶은 급격히 불규칙해졌다. 아니 시간이 헝클어져버렸다.
아침 8시 30분만 되면 눈을 뜨고나서 이불을 개켰던 루틴은 파스스하고 사라졌다.
10시 넘게 일어나 부스스한 몸을 간신히 일으키고 방에 나와 티비부터 켰다. 아. 코로나로 중단된 NBA 리그가
버블에서 진행된다. 오늘은 르브론이 몇 점이나 넣을까 LA레이커스 경기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밥을 대충 챙겨먹고 그래도 마냥 게으를 수는 없으니 다이슨 청소기로 거실과 내 방을 차례대로 슥슥 밀고서 세탁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한 다음 네스프레소 커피머신에 커피를 내려마신다.
점심 무렵이다. 집에만 있으면 마냥 불안해서 밖에 나간다. 근처 카페에 들어간다.
노트북을 켜고 퇴사 후에 원고라도 써야겠다 싶었다. 생각나는 글이 있으면 끄적끄적쓴다.
시계를 보니 저녁 5시다. 글이라도 하나 쓰면 당당한 발걸음으로 카페 문을 박차고 나갔는데, 글 한 줄이라도 쓰지 못하면 오늘 하루를 잘못 보낸 것만 같다는 불안이 엄습해온다.
저녁을 인근 식당에서 대충 떼우고 집으로 들어가면...일기를 쓰고 대충 책을 읽다가 운동을 마치면 밤 12시.
이제 꿈나라로 갈 시간..그럼 굿나잇....은 개뿔.. 내 의지와 무관하게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서 들어간 영상에
정신이 팔리다보면 새벽 1시가 넘어간다. 오늘도 정시에 자긴 글렀군...
불과 한달 전 루틴이다. 글을 쓰고나서보니 게으름이 한결같이 꾸준했구나.
하지만 지금. 위의 루틴에 서서히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덜 게으르고, 조금은 덜 지칠 수 있는 방법을 간구할 수 있도록 적잖은 거금(?)을 투자하면서 나를 업그레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20200909
아침 8시 30분에 일어난다. 침구를 정리하고, 창문을 열어 책상 위를 물티슈로 슥슥 닦은 다음 곧장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5분 정도 한다.
<오키로북스> 러닝 클럽 5기에 참가했다. 매일 5킬로를 달리기로 한다. 킬로수는 서서히 올린다.
30분 정도 뛰고나면 온 몸에 땀으로 흥건히 젖는다. 땀이 마를 틈도 없이 오키로북스 러닝클럽 게시판에
오늘 기록과 소감을 간단히 남긴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내 방과 거실 청소를 한다.
청소기를 밀고, 밀대 걸레로 바닥을 닦는다. 가끔 세탁기에 세탁물이 많으면 빨래를 한다.
아침을 대충 차려먹고 티비를 틀면 NBA 플레이오프를 하고 있다. 레이커스가 휴스턴 수비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한다. 그 중심엔 골밑을 장악하는 르브론이 있다. 37살의 적잖은 나이임에도 자기 관리가 꾸준한 선수다. 득점과 경기 출전수를 고려했을 때 그는 여러모로 위대하다. 나도 그처럼 롱런할 수 있을까.
잠깐의 여유를 누린 후 11시가 되면 인근 카페로 출근한다. 매일 11시 늦어도 12시에는 근처 카페에서 원고를 쓰고 퇴고도 한다. 유튜브 ‘롤스토리 디자인 연구소’ 라는 채널에서 포토샵을 공부한다. 보고 배운 스킬을 따라하고 직접 두 개 정도 만들다보면 시간이 오후 3~4시 정도 된다.
그 시간에는 브런치에 쓸 글을 남긴다. 매일매일 크고 작고 소소한 생각들을 쓴다. 원래는 집에 와서 썼는데, 자정 직전에 글을 업로드하니 내 수명(?)이 짧아지는 느낌을 심하게 받은 후부터 아예 나가서 웬만한 거 다하고 집으로 들어가자는 생각으로 바꿨다.
오늘 포함해서 열흘 째.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한다. 인스타그램 친구 분이신 ‘청민’ 작가님의 100일 도전에 자극을 받아 열심히 쓰고 있다. 불과 작년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브런치 작가를 선물로 받았는데.. 묵혀두고 쓰지 않으면 후회할 것만 같다는 생각에 없는 창작욕구를 어떻게든 쥐어짜내어 쓰는 중이다. 시간이 조금 남으면 일기도 쓰곤한다.
한 가지 더. <오,마이 서른>의 문진 작가님이 주관하시는 ‘이치걷기’ 에서 매일매일 1만 보 걷기 인증을 남기는 모임에도 참가했다. 보다 부지런해지고 군살도 빼며 하루를 더욱 신선하게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이제 사흘 째인데 매일 만 보 인증을 남기시는 분들에 힘입어 나도 만 보를 채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위의 러닝, 원고쓰기, 디자인 그리고 브런치 글은 매일하는 일이다. 요일마다 또 다른 작업(?)이 추가가 된다.
매주 월요일이랑 수요일은 <오키로북스> ‘오직원 원정대 24기’ 게시판에 원고를 남기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피드백을 남긴다.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아가는 것이 즐겁다. 나의 부족한 부분, 보완할 점이 생기니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목요일에는 서점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에 참석한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글을 한 시간 가량 쓰다보면, 글을 쓰는 자세를 다시금 가다듬을 수 있어서 좋았다. 어려운 주제를 대할 때 어떻게 써야할 지 몰라 막막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내 의욕을 줄이고 그것을 뚫고 쓴 글을 사람들 앞에서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 예상 외로 좋은 반응이 나오면 나도 어쩔 줄 모르는 기쁨과 마음이 불러오는 듯하다.
집에 와서는 어쩌다 맨몸운동을 하거나 아니면 낭독 준비를 한다. 낭독은 매일 밤 12시에 업로드 하고있다.
낭독을 하게 된 이유는 내가 가진 장점 혹은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든 살려서 하나의 콘텐츠라도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낭독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언급할 예정이다.)
1분의 짧은 시간동안 여러차례 녹음을 해서 그나마 녹음 상태가 괜찮은 것을 위주로 업로드를 한다.
낭독시간을 1분으로 정한 이유는, 인스타에 영상을 남기면 4장 분량의 영상이 15초 간격으로 나뉘어져 올라간다. 그 이상 시간이 넘어가면 업로드가 올라가지 않고 잘려버리기 때문이다.
낭독이 너무 길어지면 루즈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1분이 적당하다는 판단이 생겼다. 최근엔 더 명확하게 발음하고 전달하기 위해 유유 출판사에서 나온 <목소리와 몸의 교양> 이라는 책을 읽고 목소리 연습을 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루틴을 실천한 지 지금 일주일 째. 몸도 마음도 보다 건강해지는 기분이다.아울러 삶 자체에 불안할 틈도 없고, 활력이 생긴다.모든 것을 콘텐츠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씩 생긴다.
아직은 밍기적거리는 단계여도
이것이 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여도
모르겠다. 꾸준하다보면 어떤 형태로든 기회가 찾아오는 건 분명하니까.